코로나 1년, 소비가 달라졌다
전문가가 본 소비 생활 변화
명품 구입, 주식 투자, 자기계발 등
가성비·최고급 제품 ‘믹스매치’ 구매
“집 안팎 연결하는 소비 늘어날 것”

황금주
하지만 MZ세대의 보복소비는 명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황 교수는 “‘그동안 힘들었던 나에게 이 정도 사치는 선물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소비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취향과 가치에 따라 보복소비의 대상이 되는 항목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명품 브랜드의 인조가죽 제품이나 윤리적으로 생산한 오리털(RDS) 패딩 등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거나, 환경보호에 가치를 둔 경우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또는 고급 식재료나 주식 투자, 저축,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비 지출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의 비정형성’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게 황 교수의 진단이다. 앞으로는 나이·성별·거주지 등 인구통계학적 배경에 따라 소비자의 유형을 특징짓거나 소비 양식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30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표현하며 하나의 브랜드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과 값비싼 제품을 믹스매치(이질적인 것을 섞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구는 저렴한 조립식 제품을 샀지만 침구류만큼은 수면의 질을 위해 고급 거위털 이불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 경향에 대한 전망을 황 교수는 ‘FIVVE’로 요약했다. 재미(Fun), 비일관성(Inconsistency), 가치(Value), 바이러스 보복소비(Virus revenge consumption), 표현(Expression)이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 교수는 ‘안과 밖 연결시키는 소비’가 일상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소비가 ‘포스트 코로나’에도 지속되면서, 집안에서의 정적인 소비와 바깥에서의 동적인 소비 간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하던 취미활동을 집에서도 동영상으로 할 수 있고, 맛집에 직접 찾아갈 수도 있지만 밀키트를 구입해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건강·안전과 연관된 소비의 비중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