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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 우선주 이상 급등, 작전세력 헛정보에 ‘쪽박’

중앙선데이 2021.01.30 00:01 722호 15면 지면보기

실전 공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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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 네이버는 포털을 운영하는 회사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사업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어떻게 변해갈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업공시에 답이 있습니다. 공시를 통해 기업경영 속에 담긴 스토리와 이슈를 소개합니다.
  

“우선주 대주주가 다 사준다” 루머
상장폐지 알면서도 ‘폭탄 돌리기’

2015년 의료기기 벤처 ‘인포피아’
작전세력이 회사 인수해 사기 공시
기업 망가뜨리고 투자자들 큰 손실

이웃해 있는 떡볶이 가게와 호떡 가게가 합치기로 결정했다면 주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증시에 상장한 두 기업이 합병하기로 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외부에 알려야 합니다. 합병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주주)와 채권자(금융회사 등)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당사자일이고, 회사 임직원이나 거래 기업들은 간접적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장기업에는 주주를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경영 관련 의사결정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것을 기업공시(公示)라고 합니다. 매 분기 그리고 연간 단위로 회사의 사업 내용과 결산재무제표를 담은 보고서는 물론이고, 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 변동, 합병이나 분할,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증자나 차입), 주식 소각(감자), 다른 회사 인수, 주요 사업의 매각, 다른 회사와의 주요 거래계약 같은 것을 공시해야 합니다. 이런 공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dart.fss.or.kr)’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흔히 “다트만 봐도 ‘주린이(주식+어린이)’에서 탈출한다”고들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다트에 있는 기업공시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어야 주린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시만 제대로 파악했어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사례 한 가지가 있습니다.
 
2015년 5월 ㈜인포피아라는 혈당측정기 업체(당시 코스닥 상장기업)가 있었습니다. 인포피아의 대주주 A씨가 지분 17%를 250억원에 B사에 매각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지분은 83% 정도였습니다. 회사는 경영권 양수도와 최대주주 변동 공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B사는 이 거래를 하기 직전에서야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로, 사내이사도 L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인수대금 250억원은 개인 두 사람과 해외 금융회사 1곳으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공시됐습니다. 담보는 없었습니다.
 
황당한 일은 계속 이어집니다. 회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28개의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고 공시합니다. 혈당측정기 전문 업체가 레저, 카지노, 부동산 개발, 화장품·음식료 제조, 자산운용업 등을 사업 목적에 넣었습니다. 작전세력들이 M&A로 회사를 인수한 후 주가를 띄우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이후 인포피아의 새 경영진은 중국의 대형 의료기업 또는 해외 유력펀드와 투자 제휴를 논의중이라거나 카지노 인수 계획을 언론에 흘립니다.
 
기가막히는 공시는 더 이어집니다. 인포피아가 C사로부터 40억원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C사는 인포피아의 새 대표이사 D씨의 개인회사입니다. 40억원이나 빌려 줄 능력이 없는 회사였습니다. 허위 채권채무 관계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여가 흘렀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신종 무자본 M&A세력 검거’라는 제목의 10장짜리 보도자료를 냅니다. 바로 인포피아 이야기였습니다. 대주주 A씨가 무자본 M&A 세력과 짜고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40억원을 횡령했고, 회사를 넘겨받은 일당도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리는 등 온갖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회사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상장폐지됐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개인 투자자가 투자금을 잃었습니다. 공시만 제대로 봤어도 피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시멘트 제조사인 쌍용양회는 지난해 9월 우선주를 전량 주당 9297원에 걷어들여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우선주를 보유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감자를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주식을 소각해 감자하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쌍용양회 우선주는 대주주 측이 지분을 80% 이상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총은 형식적인 절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시 이후 쌍용양회 우선주 주가는 4만원대까지 오릅니다. 두어달 후면 거래정지되어 9297원에 강제 유상소각될 게 확실한 데도 말입니다(자연스럽게 상장폐지된다는 말입니다).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쌍용양회 대주주 측이 지분율 요건(우선주 지분율 95% 이상 확보)을 충족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팔지 않고 버티면 대주주 측이 비싸게 매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주 게시판 등에 퍼졌습니다.
 
상장폐지 요건 중 ‘지분율 95% 이상 확보’ 조항이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쌍용양회처럼 주총 의결을 거쳐 주식을 전량 유상소각하는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런 루머를 신뢰한 투자자, 알면서도 폭탄 돌리기에 나선 투자자, 이런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한몫을 노리는 작전 세력들이 어우러지면서 주가가 2만~4만원대에서 등락했습니다. 이 사례에서도 많은 개인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모 증권사 유튜브 채널에서 기업공시 강의를 하면서 쌍용양회 우선주 급등에 따른 피해를 경고했습니다만, 그럴 듯한 헛정보에 넘어간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기업공시는 주식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의 창구입니다. 공시가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분석·진단하거나 기업경영 자체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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