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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파고든 코로나…노숙인 14명 추가 확진, 고령 기저질환자 6명 사망

중앙일보 2021.01.29 14:14
노숙인과 요양병원에 입소한 고령자 등 취약계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3차 유행’이 다소 잦아드는 양상이지만, 코로나19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더욱 파고드는 모양새다. 고령 사망자가 지속해서 나오는 데다 최근 노숙인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서울역 노숙인 지원 시설, 누적 35명 집단감염

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 및 노숙인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 및 노숙인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서울역 노숙인 시설에서 총 1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시설은 지난 17일 관계자 1명이 최초 확진 후 27일까지 20명이 추가 확진됐던 곳이다. 28일에도 집단감염이 지속하며 이 시설 관련 누적 확진자는 35명까지 늘었다. 신규 확진자 14명은 전원 노숙인이며 시설 운영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전인 27일 오전에도 용산구와 영등포구의 노숙인 쉼터에서 각각 이용자 3명과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들 시설 간 역학관계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노숙인의 경우 휴대전화 GPS, 카드 이용내역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심층 면접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에게 일일이 방문했던 장소와 만난 사람의 신원 등을 물어야 하다 보니 접촉자 파악 속도도 더디다. 송 과장은 “밀접 접촉자 규모를 현재 7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선 파악 어려워…‘찾아가는 선별진료소’ 운영

29일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 브리핑을 맡은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 [뉴시스]

29일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 브리핑을 맡은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 [뉴시스]

 
서울시는 우선 선제 검사를 해 확진자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먼저 기존의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를 활용해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 ‘찾아가는 선별진료소’도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약 300m 떨어져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 27일부터 서울시가 노숙인을 상대로 운영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는 총 722명이 검사를 받아 3명이 양성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노숙인을 임시생활시설로 이송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간 호텔 4개소를 활용해 총 738실을 운영 중으로 현재까지 558명이 입소한 상태다.
 

전국 노숙인 1만1000명…36.1%는 대사질환

2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시설인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운영이 중지돼있다. [뉴스1]

2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시설인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운영이 중지돼있다. [뉴스1]

 
문제는 앞으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거처 없이 거리, 공원, 쉼터, 쪽방 등을 거처로 삼아 생활하는 전국의 노숙인 수는 1만1000명에 달한다. 건강도 좋지 않다. 이들 중 36.1%는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을 앓고 있다. 치과 질환(29.5%), 조현병·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28.6%)을 겪는 이들도 상당하다. 
 
시민단체는 노숙인의 주거공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현재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은 수십 명이 한자리에서 잠을 자는 합숙소 형태로 집단감염원이 될 우려가 높다”며 “거리 노숙인에게 개별 화장실과 창문이 갖춰진 임시 주거공간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편 29일 0시 기준 서울 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2명으로 지난 7일 이후 22일 연속 100명대를 기록 중이다. 3차 유행은 다소 잦아든 모습이지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지속하며 100명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존 집단감염이 발생한 노원구의 한 요양시설에서 3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해 누적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전날 서울시에선 70대 3명, 80대 2명, 90대 1명 등 총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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