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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맞추려 폐가에 화장실…신화통신도 황당한 中 ‘위생혁명’

중앙일보 2021.01.29 05: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이후 의욕적으로 '화장실 개선'을 추진했지만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헛돈만 쓴 곳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화통신은 지난 27일 "이런 화장실을 보면 정말 갑갑하고 걱정된다"면서 '일부 농촌 화장실 문제 조사'라는 글을 실었다. 중국 북부에 위치한 선양 지역이 대표적인 문제 지역으로 거론됐다. 
 
통신에 따르면 선양 시는 농촌 지역 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2020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그런데 신화통신 기자가 최근 선양 농촌에 들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 지역 화장실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설계 결함과 부실 공사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2018년 건설된 선양의 옥외 화장실의 경우 설계 결함으로 대부분 사용이 중지됐다고 한다.  
 
여기에 현지 실정에 맞지 않은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곳도 생겼다. 
 
신화통신은 "지난 5년간 일부 개조된 화장실은 마을 사람들이 잡동사니를 쌓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완전히 버려져 자원 낭비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화장실 공정'이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의자, 화분 등 사이에 설치된 한 화장실의 모습.[웨이보]

중국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화장실 공정'이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의자, 화분 등 사이에 설치된 한 화장실의 모습.[웨이보]

실적을 맞추기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화장실을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 보도한 신화통신은 "폐가 터와 최신식 화장실이 대조를 이뤘다"고 꼬집었다.
 
새 화장실 변기를 들여오면서 정작 설치는 엉뚱한 곳에 하는 일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누가 화장실 변기를 부엌 부뚜막 건너편에 설치하느냐"며 하소연을 했다. 
 
신화통신은 "선양에서 방치된 화장실은 형식주의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화장실 혁명'으로 새롭게 개보수된 화장실 8만 개 중 5만 개는 사용이 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낡은 집 옆에 설치된 최신식 화장실. [웨이보]

낡은 집 옆에 설치된 최신식 화장실. [웨이보]

중국의 '화장실 혁명'은 낡고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거나 신설하자는 운동으로 시 주석이 강조한 생활 사업 중 하나다. 
 
시 주석은 1980년대 초 허베이성 정딩현 부서기로 근무할 때부터 화장실 문제를 중요시해서 농촌의 '재래식 화장실' 개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중국에서 화장실 혁명이 시작된 이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발생했다. 외부인들이 다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외관만 장식한 화장실의 모습. [트위터]

중국에서 화장실 혁명이 시작된 이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발생했다. 외부인들이 다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외관만 장식한 화장실의 모습. [트위터]

시 주석이 화장실 혁명에 드라이브를 건 이후 중국에선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등 최첨단 공중 화장실도 생겨났다. 

  
그러나 최첨단의 정도가 지나친 곳도 있었다. 일부 공용 화장실에서는 화장지의 과소비를 막겠다면서 안면 인식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화장실에 놓인 휴지를 훔쳐가는 것을 막아 자원을 절약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결국 철거됐다고 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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