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년전 확인한 '선거 보약'···與 또 "전국민 4차 지원금 지급"

중앙일보 2021.01.29 05:00
자영업 손실보상제 논란이 4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옮아붙었다. 재ㆍ보궐 선거가 있는 올해 4월 전 손실보상금 지급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차 지원금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지난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고 결론 냈다. “2월 입법, 늦어도 4월 초 지급”(25일 홍익표 정책위의장)이란 이전 입장을 이틀 만에 뒤집었다. 지급 기준과 대상을 정하고 법제화에, 재원까지 마련하는 방대한 작업을 4월까지 마무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4차 긴급재난지원금 수면 위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차 긴급재난지원금 수면 위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손실보상제 대신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손실보상제와 달리 재난지원금은 3차례 지급한 전례가 있다. 손실보상제를 저울질하다 막힌 여당은 결국 가본 적 있는 쉬운 길(재난지원금)로 다시 돌아섰다.
 
4차 지원금으로 선회했지만 논란까지 가라앉은 건 아니다. 지원 요건 충족, 재원 마련, 지급 범위 선정까지. 손실보상금 못지않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4차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말고는 답이 없다. 3차 지원금을 지급하느라 올해분 예산을 바닥까지 긁어 쓴 상태다. 비상금 성격인 목적예비비 총 7조원 가운데 4조8000억원은 3차 지원금, 9000억원은 백신 구입 용도로 벌써 당겨썼다. 남은 목적예비비는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4차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추가 예산(추경)을 편성하고 거의 전액을 빚을 내(적자 국채 발행) 충당해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당 안팎에선 4차 지원금은 1차 때처럼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별 지급하는 3차 지원금이 4월 지방자치단체 재ㆍ보궐 선거를 앞둔 ‘지지율 띄우기’ 용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된 1차 지원금의 화력을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확인했다는 이유도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1차 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40만~100만원 뿌려졌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피해 소상공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선별 지급된 2~3차 지원금은 그보다 적은 7조8000억원(2차), 9조3000억원(3차)이 각각 들었다. 보편 지급하려면 지급 대상자 자체가 전 국민이다 보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여당 일각에선 4차 지원금에 필요한 예산으로 약 15조~20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편 지급에, 2~3차 때와 같은 선별 지급 내용도 추가하는 안이다.
 
눈덩이 나랏빚은 어떻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눈덩이 나랏빚은 어떻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당은 현실적 한계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지 손실보상제 자체를 백지화한 건 아니다. 법제화 후 이르면 상반기 중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손실액의 30%, 50%, 70%씩 차등 보상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간이과세자 등 같이 연 매출이 적어 세부적인 손익 파악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겐 비율제가 아닌 정책 보상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실보상) 제도 완비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고통의 시간을 더 주는 것이기 때문에 (4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4차 지원금에 손실보상금까지 얹어지는 구조다. 나랏빚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ㆍ정은 4차 지원금과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한 국가부채 추가 증가를 이미 기정사실로 한 상태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손실보상제를 주제로 한 목요 대화에서 “가계부채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조금 더 부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나랏빚은 이미 턱 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2021년도 정부 예산’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는 956조원에 도달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47.3%로 치솟는다.  
 
 
 
지난해 4차례 추경을 편성하고 재난지원금을 연거푸 지급하느라 늘어난 빚(본예산 대비)은 41조7000억원에 이른다. 4차 지원금에 손실보상금까지, 지금 속도라면 올해 나랏빚이 1000조원에 도달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말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300조원 넘게 늘어 1000조원에 육박하는 데는 단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전 국가부채가 300조원 증가하는 데 2009년(359조6000억원)에서 2017년까지 8년이 걸렸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걸림돌은 더 있다. 지급 요건 문제다. 이전 1~3차 지원금은 코로나19 1~3차 확산에 맞춰 뿌려졌다. 3차 지원금은 이달 시작해 다음 달 말쯤에야 지급이 끝난다. 코로나19가 4차 확산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빠른 4차 지원금 추진이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2021년도 본예산도 이제 막 집행이 시작된 이 단계에 정부가 추경을 통해서 하는 4차 재난지원금을 말하기에는 정말 너무나 이른 시기”(18일 기자회견)라고 밝힐 정도다. 다만 문 대통령은 “만약에 3차 재난지원금으로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두긴 했다.
 
28일 서울시내 한 상가건물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뉴스1]

28일 서울시내 한 상가건물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 [뉴스1]

3차 지원금도 아직 다 지급하지 못한 마당에 여권을 중심으로 4차 지원금을 추진하고 나선 건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 무산에 따른 역풍 우려, 4월 총선을 앞둔 ‘조급증’이 진짜 이유란 평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이 손실보상금 법제화와 지원을 사전에 고지하고 여기에 4차 재난지원금까지 지급하겠다고 나선 건 4월 총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 영합) 전략”이라며 “선거와 관계없이 시간을 두고 피해 산정, 보상 기준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급하게 돈을 붓기만 한다면 그만큼 재정 누수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