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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물면 죽이겠다’ 협박…1심 징역형 주한미군, 2심서 무죄

중앙일보 2021.01.28 23:10
눈 길에서 뛰어놀고 있는 두 마리의 개.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눈 길에서 뛰어놀고 있는 두 마리의 개.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애견카페에서 대형견주를 상대로 ‘우리 개를 물면 죽이겠다’며 흉기를 꺼낸 뒤 위협적인 발언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에 처했던 30대 주한미군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부장 김형식)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주한미군 A씨(32)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29일 경기 평택의 한 애견카페 대형견 운동장 앞에서 B씨(25)의 반려견이 자신의 반려견과 다툼이 있었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B씨는 자신을 향해 A씨가 ‘너의 개가 나의 개를 물면 죽일 거다’ ‘조심해라’ ‘진짜 죽일 거다’ 등의 발언을 영어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의 개가 대형견이어서 다른 개나 사람에게까지 해를 끼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가 소지한 흉기는 안전벨트 절단용 칼(Seatbelt Cutter)이며 이를 소지한 채 협박을 가했다는 건 엄격한 증명이 성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경찰 진술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죽이겠다’(Kill)고 한 대상이 피해자인지 반려견인 지에 관해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또 CCTV 영상에 의하면 양측이 약 3분간 대화를 나누는 게 확인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 중 일부 단어만 알아듣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에도 B씨는 “A씨가 죽이겠다고 한 대상이 사실 나인지, 내 강아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반면 A씨는 경찰진술 당시 “내 개와 같이 당신 개보다 작은 개도 다른 사람이나 개를 떠나지 말고 잘 관리하라. 당신 개와 같이 큰 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위급상황을 대비해 안전벨트 절단용 칼을 들고다닌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CCTV영상에서 A씨가 처음부터 칼을 들어보이지 않았고 위협하는 모습도 없었다고 판단하고 B씨가 일부 영어단어만 알아듣고 이를 오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제판부는 이어 흉기 소지 등에 관해서는 “CCTV 상 피고인이 흉기를 들고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목격자 등의 진술이 번복돼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손으로 8자 또는 V자 형태를 그린 것은 ‘죽이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단정할 수 없고, 목줄을 언급하는 과정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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