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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가 학교 집단감염···뒤늦게 몇개 있나 알아보겠다는 정부

중앙일보 2021.01.28 16:46
27일까지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TCS 국제학교. 프리랜서 장정필

27일까지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TCS 국제학교. 프리랜서 장정필

 
IM 선교회의 미인가 교육시설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가 뒤늦게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미인가 시설들에 대한 방역 점검을 요청했지만 실제 미인가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 교육부가 미인가 교육시설 전면 조사에 나선 건 2014년 이후 7년만이다.
 
28일 교육부 전진석 학생지원국장은 “사건 발생 이후 서울·경기·대전 등 시·도 교육청에서 지자체와 협조해 방역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미인가 교육시설 관리 특별 TF를 꾸리고 시·도 교육청에 현황파악과 방역점검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27일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자가 모인 회의에서 “이번주까지 현황 파악을 마쳐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략 300개' 추정만…지자체별 현황 파악 차이 클 듯 

문제는 현황 파악부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미인가 교육시설이 전국에 몇 개나 되느냐”는 질문에 전 국장은 “4년 전 국회 자료에 따르면 270여 개였고,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략 300여 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안 교육기관’에 해당하는 시설도 신고하도록 하는 법이 지난달 마련됐지만(대안 교육기관에 대한 법률), 시행은 1년 뒤다.
 
서울·경기 등 미인가 교육시설에 지원을 해왔던 곳은 비교적 빨리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는 28일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71곳을 점검했고 운영중인 곳의 학생·교사 2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TCS 국제학교와 같은 기숙형 종교교육시설은 아직 파악 중이다.
 
지자체별로 조례가 달라 미인가 시설에 지원이 전혀 없는 곳도 있고, 지원이 있어도 이를 받지 않는다면 파악이 더 어렵다. 광주시교육청은 27일 일선 학교 학생 중 장기 결석 학생들을 전수조사하는 식으로 미인가 시설 파악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도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학교에서 검체 조사가 진행됐다. 뉴시스

지난해 11월에도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학교에서 검체 조사가 진행됐다. 뉴시스

학교도 학원도 아닌 시설들…국제학교 학부모 “불똥 우려”

미인가 교육시설은 학교도 학원도 아닌 곳이 많다. 'OO학교'라는 이름으로 돼 있어도 교육법상 학교가 아니다. 학원으로 등록했다면 학원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미인가 교육시설도 유형이 제각각이다. 다문화·탈북자 등 특정 집단 학생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에서 운영하기도 하고, 학교 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본래 의미의 대안교육을 하기 위한 곳도 있다. 종교·선교 목적이나 국제교육·해외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국제학교’란 이름을 쓰는 곳은 주로 해외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학교 대신 다닌다. 국내 학력이 인정되지 않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번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TCS 국제학교·IEM 국제학교는 국제학교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회원 수 약 5만 명의 국제학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를 6년째 국제학교 보내고 있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다” “선교사 양성 학교 아니냐” “다른 국제학교에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에서 학력인정이 되지 않아 '미인가'지만 해외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미인가 국제학교는 큰 관심대상이다. 사진은 국제학교 관련 네이버 카페 캡쳐.

국내에서 학력인정이 되지 않아 '미인가'지만 해외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미인가 국제학교는 큰 관심대상이다. 사진은 국제학교 관련 네이버 카페 캡쳐.

“코로나19 이후 미인가로 학생 몰렸다” 주장도 

학원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미인가 시설로 학생들이 몰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정식 등록 학원들이 문을 닫자 미인가 시설로 옮긴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대입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기숙시설로 보냈다’고 해 알아보면 미인가 시설이더라”며 “지난해 학원 집합금지를 겪으면서 고3 수강생 30명 중 8명이 미인가 시설로 갔다”고 말했다. A씨는 “교육청 단속받아가며 방역수칙 잘 지키는 학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니 원장들 사이에서 '나도 시설이나 할까' 하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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