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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이용구, 영상 지워달라 했지만 합의조건 아니다"

중앙일보 2021.01.28 11:19
이용구 법무부 차관.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수사 과정을 조사하는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이 피해 택시 기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경찰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지난 25일 저녁 6시쯤 성동경찰서에 피해자인 택시기사 A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한다. 24일 진상조사단을 꾸린지 하루 만이다. 진상조사단은 26일엔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한 업주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차관이 영상 지워달라 부탁. 합의 조건은 아니었다"

택시기사 A씨는 진상조사단의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관의 블랙박스 영상 확인 정황과 사건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진술했다고 한다.
 
A씨는 27일 자신의 집 인근에서 중앙일보 기자 등과 만나 “진상조사단에 당시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본 뒤 ‘못 본 거로 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A씨가 지난해 11월 6일 이 차관에게 폭행당한 뒤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영상을 복구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폭행과 실랑이 장면을 찍은 37초 분량의 동영상다. 당시 수사관 B씨는 해당 영상을 확인한 다음 “못 본 거로 할게요”라고 말했다는 게 택시기사 A씨의 주장이다.
 
이어 A씨는 “이 차관이 합의 당시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했지만, 합의 조건엔 영상을 지워달란 게 없었다”며 “당시 이 차관이 영상을 경찰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3일 뒤 이 차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할 때 수사관 B씨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이 차관의 변호인인 신용태 변호사는 24일 "택시기사의 진술 내용을 갖고 진위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택시기사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공직자로서 진위공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영상 복구, 나 보호하기 위한 용도”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A씨는 폭행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지난해 11월 7일) 블랙박스에서 당시 장면이 재생되지 않아 성동구에 있는 블랙박스 업체에서 해당 영상을 복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고(폭행사건)가 났는데, 그런 적 없다 할까 봐 나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촬영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번 ‘이용구 사건’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선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손님이 멱살 잡는 등의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모두 잊었다”고 말했다.
 

검찰, 경찰 '봐주기 수사' 여부 집중 조사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27일 오후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와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27일 오후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와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한편 27일 검찰은 이용구 차관 사건과 관련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 수사관 B씨가 소속된 형사과 사무실 등에서 당시 사건 기록과 내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 기사가 보여준 블랙박스 영상 촬영분을 수사하지 않고 무마한 의혹을 받는 B씨의 컴퓨터 내부 문건과 휴대전화도 압수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최연수·편광현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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