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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 10만 몰려온 경기도, 정부와 버스 예산 대립…왜?

중앙일보 2021.01.28 05:01
경기도 광역버스 . 연합뉴스

경기도 광역버스 .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은 2018년 6월 6800명이던 주민 수가 2만5000여명으로 네배 가까이 늘었다. 그해 6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에 벌어진 일이다.
 
상당수의 주민은 서울에서 이주했다. 이들은 여전히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에 가려면 용인시청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30여분 탄 뒤 경전철 또는 광역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이 마을의 최대 고민이 ‘교통’이 된 이유다. 주민 김모(45)씨는 “교통이 불편해서 다시 이사하는 주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는 2019년 11월 용인시 남사아곡지구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광역버스 노선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통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경기도가 광역버스 국고 부담 비율 문제로 충돌하면서 개통에 차질이 생겼다.
 

52시간제 이후 논란 시작 

27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경기도와 국토부는 2019년 5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버스업계의 경영 악화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버스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광역버스 업무를 지방 사무에서 국가 사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경기도가 2021년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운영 비용을 50%씩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토부가 제시한 관련 예산 67억5000만원 중 27억원 삭감했다. “광역버스 업무가 지방 사무였을 때처럼 경기도가 70%, 국토부가 30%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경기도,“기재부는 50% 합의 인정하라”

경기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가 사무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재부가 계속 이 합의를 부정한다면 경기도도 50% 부담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광역버스 사무의 국가사무 전환에 따른 준공영제 예산의 국가 재정 부담 비율을 당초 합의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6일 경기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광역버스 사무의 국가사무 전환에 따른 준공영제 예산의 국가 재정 부담 비율을 당초 합의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도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국토부와 협의까지 한 사항을 일방적으로 뒤집고, 국가 사무에 대한 비용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기재부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원(더불어민주당·부천6) 위원장은 "기재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경기도는 물론 국회 의원들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재부,"국가사무라도 지자체 업무 성격 강해"

이에 대해 기재부는 "광역버스 업무가 국가 사무로 전환됐어도 지자체 업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경기도가 관련 예산의 70%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광역버스가 국가 사무로 전환된 지자체는 경기도가 유일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경기도가 광역버스 관련 업무 비용을 50%씩 지원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실제 예산 편성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 사무라고 해도 지자체 업무 성격이 강한 사업은 통상 국가부담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거쳐 광역버스 관련 예산을 국토부 30%, 경기도 70%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는 느는데…교통 고민 큰 경기도

지난해 경기도로 유입된 인구는 16만8000명. 이들 중 10만9492명이 집값 폭등 등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 수를 128만명 이상으로 예상한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교통편은 한정돼 경기도는 철도 연장이나 광역버스 신설 방안을 고심해 왔고, 오랜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철도보다는 광역버스에 관심을 가졌다.
기재부와 경기도의 대립으로 경기도의 광역버스 계획은 주춤하게 됐다. 경기도는 ▶용인시 남사아곡~서울역 ▶양주시 덕정역~서울역 ▶시흥시 능곡역~잠실역 ▶이천시 이천터미널~강남역 ▶광명시 광명역 6번 출구~인천대학교 공과대학 ▶김포시 강화터미널~신촌역 등에 총 100여 대의 광역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대부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신도시 건설 등으로 출퇴근 수요가 폭등해 민원이 몰리는 지역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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