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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라” 말로만 압박…정작 거래세는 OECD 1위

중앙일보 2021.01.28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한국의 ‘자산거래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컸다. ‘양도소득세’(개인 기준) 부담도 최고 수준이다. 전체 경제 규모에 견줘서다. 부동산 같은 자산을 사고팔 때마다 붙는 거래세를 한국 국민이 다른 선진국보다 많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취득·등록·종부·양도세 모두 올려
“거래세 낮춰야” 전문가 지적에도
문 정부 임기내 완화는 어려울 듯

한국 자산 거래세 선진국 제치고 1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자산 거래세 선진국 제치고 1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7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산거래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9%다. OECD 38개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전체 평균(0.45%)의 4배가 넘는다. 자산거래세는 취득·등록세, 증권거래세같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자동차 등을 거래할 때 매겨진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부동산거래세다.
 
양도소득세(개인 기준)는 3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양도소득세(개인 기준)는 3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양도소득세’(개인 기준)의 GDP 대비 비중도 0.95%로 3위다. 회원국 평균(0.15%)의 6배가 넘는다. ‘상속·증여세’는 0.39% 비중으로 4위다. 그나마 덜한 건 ‘부동산재산세’(보유세, 종합부동산세+재산세)다. GDP 대비 0.82%로 18위다. 이 네 가지 세금에 일부 국가에서만 떼가는 ‘순자산세(net wealth tax)’를 더한 합계 세율은 4.06%로 3위다.
 
다른 세금은 어느 수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른 세금은 어느 수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통계는 2018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정부가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세금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사고(취득·등록세) 보유하고(종부세) 파는(양도세) 전 단계의 세금을 한꺼번에 올렸다. 여기에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증세 효과를 더했다.
 
유경준 의원은 “이미 OECD 최상위권인 취득·등록세, 양도세 같은 부담이 압도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유세의 GDP 대비 비중도 지금은 훨씬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헛발질이 악순환을 불렀다고 진단한다. 보유세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인 거래세까지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자를 압박해 이들이 보유한 매물을 내놓게 하고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도세까지 중과하면서 이들의 ‘퇴로’까지 빗장을 걸었다. 집을 팔면 양도세만 수억원을 내야 하는 이들은 결국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가 시장의 수요·공급을 왜곡하고 있다”며 “(거래세 부담에) 자연히 부동산 거래는 더 안 되고, 경제 주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거래세 완화는 현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는 강화하는 방향이 맞고 거래세 완화는 길게 보면 맞는 방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내에 양도세 완화가 이뤄지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강력한 규제를 퍼부으며 집값 안정을 공언했던 정부·여당이 지금 와서 완화로 방향을 틀면 정책 후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해서다.
 
결국 “세제 개편을 비롯한 정책 전환은 현 정부가 아닌 다음 정권의 몫”(윤후덕 민주당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정부 판단도 다를 게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이미 마련한 세제 강화, 유동성 규제 등 정책 패키지를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고 못 박았다.
 
세제 정책 선회 없이는 부동산 문제 해소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집을 여러 채 사서 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세를 높여 투기하지 말라는 시그널(신호)을 주되, 이들이 집을 팔고 다주택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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