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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세 OECD 최상위…집 팔라면서 ‘팔 길’은 차단

중앙일보 2021.01.27 15:50
한국의 ‘자산 거래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컸다. ‘양도소득세’(개인 기준) 부담도 최고 수준이다. 전체 경제 규모에 견줘서다. 부동산 같은 자산을 사고팔 때마다 붙는 거래세를 한국 국민이 다른 선진국보다 많이 내고 있다는 의미다.  
 
27일 통계청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산 거래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9%다. OECD 38개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전체 평균(0.45%)의 4배가 넘는다. 회원국 중 거래세 비중이 1%가 넘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벨기에(1.07%)·이탈리아(1.07%)·호주(1.05%) 단 4곳뿐이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거래세 부담은 크다.
한국 자산 거래세 선진국 제치고 1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자산 거래세 선진국 제치고 1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산 거래세는 취·등록세, 증권거래세 같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자동차 등을 거래할 때 매겨진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부동산 거래세다.  
 
OECD 다른 회원국과 비교에서 한국은 거래세 부담만 큰 게 아니다. ‘양도소득세’(개인 기준)의 GDP 대비 비중은 0.95%다. 38개국 중 스웨덴(1.44%)·미국(1.02%)에 이어 3위다. 회원국 평균(0.15%)의 6배가 넘는다. ‘상속·증여세’도 마찬가지다. GDP 대비 0.39% 비중으로 OECD 회원국 중 4위다. 벨기에(0.71%)·프랑스(0.61%)·일본(0.43%) 바로 뒤다. 상속·증여세 비중은 회원국 평균(0.13%)의 3배에 이른다.
 
그나마 덜한 건 ‘부동산 재산세’(보유세, 종합부동산세+재산세)다. GDP 대비 0.82%로 18위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1.07%)보다도 낮았다. 이 4가지 세금에 일부 국가에서만 떼가는 ‘순자산세’(net wealth tax)를 더한 합계 세율은 4.06%로 영국(4.48%)·프랑스(4.13%)에 이어 3위다.
양도소득세(개인 기준)는 3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양도소득세(개인 기준)는 3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통계는 2018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정부가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세금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부동산을 사고(취·등록세) 보유하고(종부세) 파는(양도세) 전 단계의 세금을 한꺼번에 올렸다. 여기에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증세 효과를 더했다.
 
대표적 자산 거래세인 취득세만 해도 지난해 크게 올랐다. 4%였던 다주택자와 법인 대상 취득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8월부터 12%로 인상됐다. 유경준 의원은 “이미 OECD 최상위권인 취·등록세, 양도세 부담이 압도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유세의 GDP 대비 비중도 지금은 훨씬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유세는 물론 거래세도 함께 올려 부동산 ‘퇴로’ 차단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세제 헛발질이 시장에서 악순환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보유세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인 거래세까지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자를 압박해 이들이 보유한 매물을 내놓게 하고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도세까지 중과하면서 이들의 ‘퇴로’까지 빗장을 걸었다. 집을 팔면 양도세만 수억원을 내야 하는 이들은 결국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다른 세금은 어느 수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른 세금은 어느 수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조세가 시장의 수요ㆍ공급을 왜곡하고 있다”며 “(거래세 부담에) 자연히 부동산 거래는 더 안 되고 경제 주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거래세 완화는 현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는 강화하는 방향이 맞고 거래세 완화는 길게 보면 맞는 방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는 인하하는 방향이 맞다”(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당의 거래세 인하 주장은) 제가 듣기에도 합리적인 안”(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발언도 있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문 정부 임기 내 양도세 완화는 없을 듯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내에 양도세 완화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강력한 규제를 퍼부으며 집값 안정을 공언했던 정부·여당이 지금 와서 완화로 방향을 틀면 정책 후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해서다.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길 수도 있는 이유도 있다.  
 
결국 “세제 개편을 비롯한 정책 전환은 현 정부가 아닌 다음 정권의 몫”(윤후덕 민주당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정부 판단도 다를 게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이미 마련한 세제 강화, 유동성 규제 등 정책 패키지를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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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세제 정책 선회 없이는 부동산 문제 해소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집을 여러 채 사서 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세를 높여 투기하지 말라는 시그널(신호)을 주되, 이들이 집을 팔고 다주택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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