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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케미’ 자랑했던 머스크 ”바이든 백악관의 변화, 멋있다”

중앙일보 2021.01.27 05:00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와 함께 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와 함께 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세계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첫 반응을 보였다. 기후변화 대책을 거론하며 "기대되고 함께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것이다. 

머스크 "백악관의 변화 멋있다"
과거엔 트럼프와 트윗 '화답'


이런 발언이 눈길을 끄는 건 그가 미국의 주요기업 창업자 중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는 사례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5일(현지시간) 미 경제 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새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된다”며 “바이든의 행보를 트위터 등을 통해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라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며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이 행정부와 함께 우리 등 뒤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이미 백악관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바이든의 구체적인 환경 정책에 참여할 수 있길 기다린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빨간 알약 택해라” 말했는데

 
인터뷰를 진행한 포춘은 “머스크는 최근 수년간 노조에 반대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에서 (공화당에) 기울어진 입장을 보였다”며 “(이런 머스크의) 민주당을 향한 구애가 놀랍다”고 논평했다.
 
지난해 5월 30일 일론 머스크(왼쪽)의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발사장을 찾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30일 일론 머스크(왼쪽)의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발사장을 찾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반 봉쇄령 해제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주(州) 정부가 대립할 때, 트럼프에 힘을 실었다. 코로나19 봉쇄령이 ‘파시스트적’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지난해 5월엔 폐쇄됐던 테슬라의 캘리포니아주 공장 재개를 두고 머스크와 민주당 주 정부가 갈등을 빚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장 테슬라 공장을 열게 해야 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이에 머스크도 “고맙다”는 답글을 달았다. 
 
트럼프의 트윗 이후 테슬라 공장이 재개되자 머스크는 즉시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트윗을 남겼다. 
 
'빨간 알약'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알약과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파란 알약,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 '빨간 알약을 택했다'는 말은 정치적으로 각성해 오른쪽(보수 진영)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공화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당시 머스크의 트윗을 공유하며 "택했다(Taken)"고 화답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5월 18일(현지시간)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5월 18일(현지시간) ″빨간 알약을 택하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다만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선 명확하게 지지자를 밝히진 않았다. 포춘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일단 대통령 토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며 답을 유보했다.   
 

◇바이든의 '그린에너지', 테슬라 호재

 
이런 머스크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찾은 공통분모는 '기후 변화'다. 포춘과의 인터뷰에선 머스크는 "기후변화에 대한 워싱턴의 변화는 매우 멋있다"며 “우리는 기후와 관련해서 바이든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21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위해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때는 맡고 있던 경제자문위원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는 “자문위원단을 떠난다. 기후변화는 진짜다. 파리협정을 떠나는 것은 미국과 세계에 좋지 않다”고 적었다.  
 
일론 머스크가 2017년 6월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직을 떠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진짜″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가 2017년 6월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직을 떠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진짜″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포춘은 당시 머스크의 행동을 두고 “세계 유수의 전기차 회사의 대표로서 더는 기후 정책을 회피하는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연방기관의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를 규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관용 차량을 미국산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과 기후변화 대책을 묶은 정책이다. 
 
미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슬라는 주력인 전기차 사업뿐만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 리튬 이온 배터리 사업 등 그린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에너지 정책이 머스크의 사업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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