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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 망했다” 괭생이모자반 습격에 전남 양식장 쑥대밭

중앙일보 2021.01.27 00:03 18면
“양식장이 온통 괭생이모자반 천지니 올해 김은 망했다는 소리밖에 안 나옵니다.” 지난 24일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서 김 양식을 하는 어민 황성호씨가 김발에 엉겨 붙은 괭생이모자반을 떼어내고 있었다. 그는 “괭생이모자반 때문에 올해 김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80%는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안 인근 2000t 중국서 유입 추정
김·미역 에 들러붙어 생육 방해
김 수확량 작년보다 80% 줄 듯
코로나로 인건비 올라 어민 이중고

전남 신안군에 따르면 올 1월 들어 약 2000t 이상의 괭생이모자반이 흑산도와 홍도, 자은도, 비금도 등 신안 전역으로 유입되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식용이 불가능하고 김·미역·전복 등 양식장에 들러붙어 생육을 방해한다. 신안군은 괭생이모자반이 중국 연안부터 강풍과 조류를 타고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자은도 외치해변에 밀려든 괭생이모자반 사이로 중국어와 한자로 상품명이 쓰인 페트병 등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자은도 외치해변에 밀려든 괭생이모자반 사이로 중국어와 한자로 상품명이 쓰인 페트병 등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미역·다시마(1만1605㏊), 어류·전복(1만4453㏊) 등 신안군 양식장 총면적은 15만2999㏊로 대부분이 괭생이 모자반 피해를 보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김 양식장은 모자반이 달라붙기 좋은 구조라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황씨의 양식장에 설치된 김발마다 갈색의 괭생이모자반이 휘감겨 있었다. 양식장 곳곳에는 괭생이모자반을 모아 둔 포대로 가득했다. 그는 “사람 손으로 일일이 잘라내야 하는데 2~3일만 지나면 다시 쑥대밭이 돼버린다”고 했다.
 
전남 신안군은 전국 돌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김 양식 최대 생산지다. 황씨의 김 양식장은 가로 2mx세로 4m 김발 5000책 규모로 지난해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생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령의 어민들은 괭생이모자반을 치울 엄두도 못 내고 일찌감치 김 양식장을 접는 상황이다. 그나마 치울 형편이 되는 어민들도 괭생이모자반이 밀려들기 전 뿌려둔 김 종잣값 걱정부터 했다.
 
황씨는 “김 종잣값만 2억원을 들였는데 폐기에 따른 보상은 고작 2000~3000만원 수준”이라며 “매일 21명의 일꾼을 괭생이모자반 제거에 쓰는데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품삯도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양식장 등 뱃일은 육지 작업보다 훨씬 고되 인건비가 비싸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 숫자가 줄면서 하루 일당은 13만원, 한 달 인건비만 3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어민들의 이야기다.
 
황씨는 “김 채취는 2~3시간이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괭생이모자반 제거 작업은 온종일 해도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한다”며 “앞으로도 괭생이모자반이 계속 들이닥칠 텐데 단기적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외치해변도 괭생이모자반으로 가득했다. 괭생이모자반 곁에는 중국어와 한자로 상품명이 쓰인 페트병과 통조림 깡통 등이 가득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안과 제주도 등 해역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의 유전자가 중국 연안에 분포하는 종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018년에는 약 1900t의 괭생이모자반이 유입됐다.
 
신안군은 아직 파악 안 된 양식장 내 괭생이모자반 유입량과 앞으로 더 밀려들 예상치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파악된 유입량 2000t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본다. 반면 현재까지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약 1000t에 그쳤다. 11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긴급 수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괭생이모자반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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