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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이수현 20주기…강창일 "그가 바란 한·일관계, 지금과 달랐을 것"

중앙일보 2021.01.26 22:31
26일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역 안에 있는 고 이수현씨를 기리는 동판 앞에서 김용길(앞줄 오른쪽) 주일한국대사관 정무공사와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의 가토리 요시노리(왼쪽) 회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역 안에 있는 고 이수현씨를 기리는 동판 앞에서 김용길(앞줄 오른쪽) 주일한국대사관 정무공사와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의 가토리 요시노리(왼쪽) 회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한·일을 잇는 제1인자로 활약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름다운 청년' 고 이수현씨 20주기
도쿄서 한·일 민간단체 공동 추도식
"살아있더라면 한·일 1인자 됐을 것"

 
도쿄 전철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아름다운 청년’ 고(故) 이수현(당시 26세)씨의 20주기 추모식이 26일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열렸다.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이씨는 신오쿠보역 선로에 취객이 떨어진 것을 보고 주저없이 몸을 던졌다. 하지만 달려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한 이씨와 취객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함께 뛰어들었던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씨도 희생됐다. 
 
당시 국경을 초월한 이씨의 의로운 행동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우호의 상징으로 두 나라 국민들에 각인됐다. 사고현장이었던 신오쿠보역의 계단 옆에는 그의 희생을 기리는 동판이 새겨져 있다.  
 
26일 고 이수현씨가 희생된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역 플랫폼에서 주일한국대사관 김용길 정무공사와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 가토리 요시노리 회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고 이수현씨가 희생된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역 플랫폼에서 주일한국대사관 김용길 정무공사와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 가토리 요시노리 회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역에 설치된 고 이수현씨를 기리는 동판 앞에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역에 설치된 고 이수현씨를 기리는 동판 앞에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윤설영 특파원.

 
올해는 그가 희생된 지 20주기를 맞아 한·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추모행사를 준비했다. 이씨가 다녔던 아카몽카이 일본어학교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賛) 이사장은 “그가 살아있다면 46살이었을 텐데, 틀림없이 어느 분야에 가더라도 한·일의 제1인자로 활약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이면 보통은 잊히기 마련이지만 여전히 그를 기리는 것은 그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것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는 올해 수혜 학생이 1000명을 넘는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네팔 등 18개국 학생들이 장학회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공부했다. LSH 장학회 관계자는 “기부자들은 압도적으로 일본인이 많다. 매달 적은 돈이라도 20년째 기부를 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매년 헌화식과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해왔던 이씨의 어머니 신윤찬씨는 코로나19에 영상 메시지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신씨는 “아들을 잃은 지 벌써 20년이 됐지만, 그동안 변함없이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준 여러분 덕분에 슬픔을 넘어설 수 있었다”면서 “장학회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일본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한국과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가케하시)가 되고 싶어했던 그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케하시’는 2017년 2월부터 일본 전국을 돌며 상영되고 있다.
 
26일 고 이수현씨의 2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에서 거행돼,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묵도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고 이수현씨의 2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에서 거행돼,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묵도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22일 부임해 현재 자가격리 중인 강창일 주일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인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인류애 앞에 한국과 일본의 국경은 없었다”면서 “현재 어려운 한일관계 상황은 아마도 고인이 바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일 양국의 가교가 되고자 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한·일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행사엔 이씨의 어머니 등 유족과 마루야마 코헤이(丸山浩平) 주부산총영사 등이 참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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