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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령탑 ‘트리플 크라운’ 이룬 옐런…위기의 美 구할 비책은

중앙일보 2021.01.26 16:26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건국된 건 1776년이지만 경제를 책임지는 재무부는 그로부터 13년 뒤 생겼다. 23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재무부 수장은 변함이 없었다. 모두 남자였다.
 
그 전통(?)이 25일(현지시간) 깨졌다. 미국 상원은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경제 사령탑의 탄생이다.

232년만에 첫 여성 재무장관…美 3대 경제 사령탑 역임

지난해 12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옐런의 사상 최초 행보는 전례가 있다. 그는 1990년대 말 클린턴 행정부 때 여성 최초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오바마 정부 때인 2014년엔 첫 여성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됐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Fed 의장, 재무장관이란 미국 정부 3대 경제 사령탑을 역임한 건 남녀를 통틀어 옐런이 유일하다.

의회 압도적 지지 속 인준…위기 극복 능력 인정

이러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 가능한 건 능력을 인정받아서다. 옐런은 2015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를 위해 전임 벤 버냉키 의장이 하던 양적완화의 속도 조절을 위해서다. 이후 5번 금리를 올리면서도 시장과 소통하며 충격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고용 회복에도 실적을 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옐런 재임 시절보다 큰 폭으로 미국의 실업률을 떨어뜨린 Fed 의장은 없다”고 보도했다.
 
상원 인준안이 찬성 84표, 반대 15표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배경이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옐런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미국 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그의 풍부한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미국 뉴욕의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미국 뉴욕의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재무장관 옐런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실업률은 6.7%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2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을 해결하는 데에만 집중한 2015년 Fed 의장 시절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고압경제론 바탕으로 '돈 풀기' 시동

지난 8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이필드에서 한 시민이 쇼핑한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이필드에서 한 시민이 쇼핑한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옐런의 해결책은 과감한 ‘돈 풀기’다. 그는 지난 19일 인준 청문회에서 “역사적인 초저금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Big Act)”이라며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예고했다.
 
여기엔 ‘고압경제론’이란 이론적 근거가 자리한다. 지난 2016년 옐런 자신이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고압(High pressure)’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위축된 수요를 자극하면 냉각되던 노동시장이 살아나 경기 추가 하락을 막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옐런이 청문회에서 “정부 지원이 지연되거나 불충분하면 경제 회복이 늦어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에 손상을 입힌다”고 말한 이유다. 옐런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구제계획(America Rescue Plan)’이라고 이름 붙인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뒤에도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돈을 풀 수도 없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려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 채권가격은 하락(채권금리 상승)한다. 이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 선을 넘었다. 시중에 돈이 잔뜩 풀린 가운데 경기가 급격히 회복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 CNBC는 “부양책이 금리 상승이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미국 구제계획의 의회 통과도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의 첫 임무로 “부채를 우려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을 꼽았다.

중국엔 강경 제재 예고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이어갈 기세다. 옐런은 불법 보조금, 지적재산권 도용, 환율 조작 등 중국이 하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해서도 동맹국과 공동 전선을 만들어 맞대응하겠다고도 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옐런은 재무장관이 맡는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 의장으로서 전임 스티브 므누신처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다양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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