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영화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전 사장 박효성씨. “영화는 정답 없는 문제풀이 과정”이라는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31년이란 긴 시간이 지금은 마치 영화같다. 제가 가진 지식과 상식, 경험을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배경은 그가 한국에 배급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포스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개봉한 마지막 작품 ‘원더 우먼 1984’까지 그간 배급을 진두지휘한 영화가 352편. 스크린쿼터, 한국 멀티플렉스 시대를 거치며 ‘매트릭스’ ‘해리 포터’ ‘배트맨’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스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다. 아홉 번이나 내한한 친한파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의 최초 방한을 성사시킨 것도 그다.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때다. “공식 일정을 마치고 갑자기 전투기를 타고 싶다고 해서 미대사관까지 백방 알아봐, 미군 오산비행장에서 전투기를 태워줬죠. 친필로 ‘고맙다. LA 오면 연락하라’고 편지를 주더군요.”
31년 근속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서
지난해 12월 은퇴한 박효성 전 사장
352편 배급한 영화 직배사 산증인
1994년 톰 크루즈 첫 내한 성사,
크리스토퍼 놀런 영화 흥행 이끌어
디지털화 전엔 20㎏ 필름 극장마다 배달했죠
![1994년 첫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오른쪽)가 당시 개봉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포스터를 보고 있다. 왼쪽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박효성 전 사장이다. [사진 박효성]](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6/0a09a07d-146a-4b47-9b7d-129324e5e1c4.jpg)
1994년 첫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오른쪽)가 당시 개봉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포스터를 보고 있다. 왼쪽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박효성 전 사장이다. [사진 박효성]
영화 디지털화도 큰 사건으로 꼽았다. “그전엔 직접 미국에 가서 20㎏짜리 필름 수백개를 들고와선 하나하나 자막까지 쳐야 했죠. 스크린쿼터(극장이 자국 영화를 일정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있을 땐 극장마다 스크린쿼터를 못 채웠다며 한 열흘 틀다 마음대로 내려버려서, 저희가 거래하는 극장마다 일일이 상영 일수를 세기도 했어요. ‘리쎌 웨폰 2’는 틀 수 있는 데가 11곳밖에 없어서 필름 11개를 제 차에 싣고 일일이 배달했죠. 필름을 갖고 온 마지막 영화가 2013년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이니 디지털화가 된 지도 얼마 안 지났어요.”
![1998년 영화 '다크 앤젤'로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덴젤 워싱턴(왼쪽부터)과 박효성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 사장. [사진 박효성]](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6/9d97b53a-93ab-42d6-ba3d-f197c8726a6c.jpg)
1998년 영화 '다크 앤젤'로 내한한 할리우드 배우 덴젤 워싱턴(왼쪽부터)과 박효성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 사장. [사진 박효성]
입사 4년만인 94년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 승진한 뒤 그는 매해 워너브러더스 본사와 한국시장에 맞는 영화를 상의하고 개봉전략을 짰다.
예기치 못한 사건도 있었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 영화 ‘폴링다운’이 재미교포 비하 장면 탓에 한국에서 보이콧 운동이 일어 결국 극장에서 내린 것이다. “광고‧선전비를 다 집행한 때라 접는다는 게 어려웠죠. 그런데 미국 본사에서 갈등이 심각하게 예상되면 하지 말자고 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크게 부딪히지 말고 법을 철저히 지키란 게 워너브러더스 방침이죠. 저도 많이 배웠어요.”
타임워너 회장 서재에 한국 소주 얽힌 사연
- 2007년엔 딕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이 방한하기도 했다.
- 한국이 세계적 영화시장으로 주목받은 계기를 꼽자면.
![영화 '인터스텔라'로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자필로 감사를 표한 사인지를 보내왔다. [사진 박효성]](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6/ecf43a35-1334-4d8c-91f8-677f1123bded.jpg)
영화 '인터스텔라'로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자필로 감사를 표한 사인지를 보내왔다. [사진 박효성]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는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았다. ‘인터스텔라’는 북미‧중국 다음가는 세계 3위 흥행을 거뒀다.
- 워너 시리즈물 중 최고 흥행작은.
수준 높은 비평 쏟아내는 한국관객이 최고 성과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전 사장 박효성씨가 지난 31년간 자신이 배급한 영화들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 모르고 살다, '죽은 시인의 사회' 40번 봤죠
![지난해 은퇴 당시 박효성 사장이 31년 세월을 보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맞춰준 기념 케이크를 보며 활짝 웃었다. 케이크엔 그의 영어 이름과 함께 영화 '인턴'의 명대사 ″경험은 결코 나이들지 않는다(Experience never gets old)″ 등 그간 배급한 워너브러더스 영화들의 상징물이 새겨져 있다. 맨아래 신카피(SYNCOPY)는 워너브러더스와 오랫동안 손잡아온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사 이름. [사진 박효성]](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6/16d11d8d-228d-4d1e-9aa5-680ce3d73859.jpg)
지난해 은퇴 당시 박효성 사장이 31년 세월을 보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맞춰준 기념 케이크를 보며 활짝 웃었다. 케이크엔 그의 영어 이름과 함께 영화 '인턴'의 명대사 ″경험은 결코 나이들지 않는다(Experience never gets old)″ 등 그간 배급한 워너브러더스 영화들의 상징물이 새겨져 있다. 맨아래 신카피(SYNCOPY)는 워너브러더스와 오랫동안 손잡아온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사 이름. [사진 박효성]
지난해 2월로 예정했던 은퇴를 연말로 미룬 건 코로나19 대응 때문이다. 지난해 극장 관객이 급감하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도 매출이 약 70% 줄었다.
“코로나가 우리의 신념과 의지까지 무너뜨릴 수 없다고 확신한다”는 그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문득 떠올렸다.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친절을 받은 사람이 다시 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죠. 지금 우리사회에서도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