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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덤' 요양병원, 팬데믹 전에도 사망률 일반병원 2배

중앙일보 2021.01.26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요양병원 대해부 〈상〉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입원환자의 절반 정도인 58명이 숨진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뉴스1]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입원환자의 절반 정도인 58명이 숨진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뉴스1]

지난달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숨진 환자는 58명이다. 입원환자(124명)의 약 절반이 숨졌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전국 72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 343명이 숨졌다. 전체 코로나19 사망자(1360명)의 25.2%로, 최다 사망 장소가 됐다.
 

코로나 사망, 요양병원이 25% 차지
팬데믹 전에도 입원환자 22% 숨져

1일 수가 정해져 있어 진료 부실
환자 쉽게 관리하려 24인실까지

수면제 처방도 일반병원의 6배
간호사 “휠체어 고장나도 못본 척”

어쩌다 요양병원이 ‘코로나19의 무덤’이 됐을까.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에서 지난해 1584개(6월 기준)로 늘었지만 질이 따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전에도 사망률이 높았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윤 의료관리학 교수)이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사망률(22%)이 일반 급성병원(11%), 요양원(12%), 가정돌봄 등 지역사회(12%)보다 높다. 연구팀은 2015년 처음 요양병원에 입원했거나 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한 노인 16만여 명의 2016~2017년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김윤 교수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5명 중 1명꼴로 숨진다는 건 서비스 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코로나19 발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요양병원 코로나19 발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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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의료인, 하루 정액 수가, 중국동포 간병인, 초다인실….’ 요양병원의 특징이다. 공통점은 최저비용이다. 병원인지, 돌봄센터인지 애매하다. 지난해 5월 한국간호교육학회지에 실린 ‘요양병원 간호사의 도덕적 고뇌 경험’(한양대 간호학부 이소영 박사수료생, 김정아 교수) 논문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는 “이분들(환자) 죽으러 들어온 거라네요. 들어오면 죽어서 나간다고 가족도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의미 없이 주사에다 물리치료를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김근홍(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한국노년학회 회장은 “자녀의 부모 부양 기피 풍조가 확산하지만 돌봄 제도가 받쳐주지 못한다. 요양병원 사태는 예고된 일”이라며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뭐냐. 이대로 두면 모두 피해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족은 노인 수발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피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덜고, 병원은 최소한의 투자로 고정수입을 올리며, 정부는 노인 복지에 손 안 대고 코 푼다”고 지적했다.
  
40%는 상가 등 임대, 집단감염 취약
 
요양병원 입원·사망 증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양병원 입원·사망 증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0대 중반의 A씨는 2018년 집에서 낙상했다. 종합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고 한 달가량 치료받다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자녀들이 돌보려고 하지 않아 요양병원 두 곳을 전전했다. 누워만 있다 보니 근력이 떨어져 기저귀를 차게 됐고, 욕창·폐렴에 시달리다 지난해 초 숨졌다. 한 자녀는 “집에서 보살폈으면 좀 더 살았을 것 같다.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원·입소 후 사망률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입원·입소 후 사망률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효플러스요양병원에는 24인실, 고양시 미소아침요양병원은 20인실, 순창요양병원은 14인실이 있다. 상태가 가장 나쁜 환자를 모았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5만여 개의 요양병원 병상 중 10인실 이상이 1만9696개(8%), 이 중 14인실 이상도 8938개다. 미소아침요양병원 20인실 환자와 간병인 모두 감염됐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적은 인력으로 중증 환자를 관리하려면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집중치료실 수가가 별도로 없다”고 말한다.
 
환자당 수면제 사용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환자당 수면제 사용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요양병원이 수면제를 과다하게 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심평원이 지난해 최면진정제 사용 100대 병원의 평균치를 비교했더니 요양병원의 환자당 처방약은 134개로 30~99개 병상 일반병원(24개)의 5배가 넘었다. 한국간호교육학회지 논문의 인터뷰에 응한 다른 간호사는 “밤 근무 때 좀 쉬고 싶으니 그냥 못 본 척해야죠. 약물이나 억제대를 하는 거, 이유가 다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손덕현 회장은 “소리를 지르거나 밤에 잠을 안 자는 치매환자는 약을 쓸 수밖에 없다. 이걸 안 쓰려면 1인실에 단독 간병인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병상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요양병원 병상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기본간호학회지에 2019년 11월 실린 논문(부산대 간호학과 박형숙 교수팀의 ‘급성기 병원에서 이직한 요양병원 간호사의 적응 경험’)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는 “의사가 나이도 많고 마취과 출신이라고 처방을 낼 줄 몰랐다. 내가 판단해 처방하고 처치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간호사는 “휠체어가 고장 나도 한 달 넘게 고치지 않는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약 40%는 상가나 오피스빌딩의 일부 층을 쓴다. 감염과 화재에 취약하다.
  
“투자 늘려 간병의 질 획기적 개선 필요”
 
일반병원은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받지만 요양병원은 정액의 하루 수가로 대신한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사적 간병 시스템과 정액 수가”라면서 “같은 폐렴 환자 진료비가 요양병원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 손해를 안 보려면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요양병원은 정액 수가를 넘지 않게 최소 진료, 과소 진료로 대응해 비용을 줄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너무 싸게 노인을 요양하고 있다. 이참에 요양병원에 돈을 더 투자해 인력 등 전반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요양병원의 전문화를 유도해 구조조정하고 간병의 질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채혜선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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