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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풀렸다, 사라졌다 나타난 '이용구 폭행 영상' 정체

중앙일보 2021.01.25 17:27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수사가 경찰의 직무 유기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다. 한달 여 전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 없었다”고 밝혔으나, 지난 23일 “해당 영상을 확인한 사실이 일부 있다”고 입장을 바꾸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상황이 한달 여 전으로 되돌아간 것은 피해자인 택시기사 A씨의 진술 때문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폭행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이 ‘못 본 걸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사건 당일(지난해 11월 6일)엔 블랙박스 영상 못 봤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이 혼란스럽게 보이는 첫째 이유는 문제의 블랙박스 영상이 두 개의 ‘버전’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은 사건 발생 시각인 지난해 11월 6일 밤과 7일 새벽 사이에는 복구되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블랙박스 메모리가 0기가바이트(0GB)였다"고 설명했다.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는 전용뷰어를 따로 설치하지 않으면 저장공간이 '0GB'로 표시되는 기종이었다.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복구, 휴대전화로 촬영

경찰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A씨는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에 있는 블랙박스 수리업체를 돌아다닌 끝에 용답동의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구했다. 업체는 이 블랙박스 영상이 다시 지워지는 것을 우려해 A씨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게 했다.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에도 블랙박스 영상이 남게 된 것이다. 최근 검찰이 복원한 영상은 블랙박스가 아닌 스마트폰에 있던 영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과 합의 땐 "처벌 원치 않는다"

A씨는 처음 경찰조사를 받았던 지난해 11월 8~11일에는 영상의 존재를 말하지 않았다. 이 기간은 그가 이 차관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즈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1월 8일 조사에서 "블랙박스 영상은 없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뉴스1

택시기사 경찰에 스마트폰 영상 보여줘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만난 담당형사에게 30초짜리 복원된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해당 형사는 "차가 멈춰있다.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며 영상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차량이 정차된 상태에서의 폭력으로 판단하고 특가법상의 처벌 대상(운행 중 폭행)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음날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은 단순폭행죄가 적용돼 반의사불벌에 따라 내사 종결됐다. 이후 A씨는 영상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그가 왜 경찰에 영상을 보여줬는지 구체적인 경위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경찰, “송구한 마음”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경찰은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수사국장은 "작년 연말에 해당 사건에 관해 언론에 설명해 드렸는데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민께 상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국장은 "허위 보고인지, 미보고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관이 피혐의자나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당 형사 외 팀장, 과장, 서장 등은 블랙박스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는 지난달 28일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이 차관의 폭행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다. 서초경찰서 수사팀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편광현·최연수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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