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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판결 곤혹스럽다" 文의 돌변···"내가 알던 대통령 맞나"

중앙일보 2021.01.25 15:36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한국 법원 판결이 지난 23일 확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일본에 어떠한 추가적 청구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위안부 피해자 측은 25일 “피해자들이 알아서 강제집행을 하라고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외교적 해결 안 나서면
강제집행 절차 일단 착수키로

 

“내가 알던 文 맞나…할머니들 피멍”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위안부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을 표방하던 정부와 대통령이 맞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태도가 돌변한 것 같은데 피해자 할머니들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봉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은 “일본 정부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상황까지 가는 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이를 정부가 나서서 막아도 시원찮을 판에 해야 할 일도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알아서 강제집행을 해달라고 사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판결 곤혹스럽다” 文의 돌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일 외교관계에 대해 입장 변화를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사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1억원 보상을 결정한 판결에 대해 “곤혹스럽다”,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일본 기업이나 정부의 재산이)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처함을 피력했다. 그간 한·일 현안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던 태도와는 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판결은 2015년도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라고도 했다. 2017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발표 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힌 것을 사실상 번복한 셈이다. 2018년 2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정부 간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던 말과도 다르다.  
 

피해자 측, 강제집행 절차 밟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측은 외교적 해결이 요원할 경우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강원 변호사는 “이미 압류 가능한 일본 정부의 자산 내역을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처럼 일본 정부의 국내자산을 압류한 뒤 매각해 배상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다만 국제조약인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대사관을 비롯한 국내 일본 정부 자산은 압류·매각이 불가능해 강제집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는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 의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최봉태 변호사는 “외교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제집행 절차를 알아보면서 외교적 해법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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