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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기다림 제발 지켜주세요" 버스 끼임사고 유족의 청원

중앙일보 2021.01.25 15:09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버스 문틈에 끼여 사망한 한 20대 여성의 가족이 올린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버스 문틈에 끼여 사망한 한 20대 여성의 가족이 올린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버스 문틈에 옷이 끼인 채 10m를 끌려가다가 뒷바퀴에 깔렸고, 깔린 동생은 응급처치도 못 한 채 하얀 천에 덮였습니다. 한 번의 확인, 내린 후 3초의 기다림만 있었더라도 이런 억울하고 허망한 죽음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버스 뒷문에 끼는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가족이 ‘3초의 기다림’을 호소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시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청원인은 "끌려가다 죽어버린 내 동생, 이제는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난 23일 국민청원을 했다. 그는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며 "제 동생도 끼었다가 다시 문이 열려서 옷이 빠졌더라면 아마 신고도 하지 않고 오늘 참 재수가 없었다며 저에게 웃으며 얘기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도로에서 20대 여성이 퇴근 중 버스에서 하차하다 겉옷 자락이 뒷문에 끼여 결국 버스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JTBC 캡처

지난 19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도로에서 20대 여성이 퇴근 중 버스에서 하차하다 겉옷 자락이 뒷문에 끼여 결국 버스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JTBC 캡처

“무서워서 앞자리 못 앉아” 불만 쇄도

피해자 가족의 절절함이 담긴 청원과 관련 기사에는 비슷한 경험이나 운전기사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같은 지역 사람으로서 버스 난폭운전 진짜 심합니다. 무서워서 제일 앞자리에 앉지도 못합니다. 민원도 많이 넣었지만 변한 것도 없었고요. 사람이 죽어야 꼭 반성하고 고치나요?"

 

"젊은 사람도 휘청휘청할 때가 많은데 어르신들 행여나 넘어지거나 다치실까 봐 조마조마하다. 배차 간격 핑계로 한 사람의 생명과 맞바꾸실 건가요. 더는 이런 일들이 없도록 운전기사 교육과 적절한 운전자 배치 등의 시스템 도입이 필요합니다."

2019년 7월 2일 오전 경기도 한 버스업체의 공영 차고지. 버스 출입문 옆과 뒤쪽 창문에는 ‘버스 기사 모집 [초보자 환영]’ 이라 쓴 스티커가 붙어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심석용 기자

2019년 7월 2일 오전 경기도 한 버스업체의 공영 차고지. 버스 출입문 옆과 뒤쪽 창문에는 ‘버스 기사 모집 [초보자 환영]’ 이라 쓴 스티커가 붙어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심석용 기자

일각에서는 배차 시간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버스 운전기사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기사의 댓글에는 "이게 다 사람들이 만든 결과다. 버스 늦게 온다 민원 넣고 앞차와의 간격은 왜 벌어졌냐고 민원 넣으니 버스 회사들과 기사들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달렸다. 또 "기사들이 배차 간격 맞추기 급급하니 똑같은 노선이라도 버스 1~2대 더 넣어서 배차 간격 좀 더 널찍하게 만들면 되지 않나"는 취지의 댓글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배차 시간(간격)은 충분히 주고 있다"면서도 "법이 개정돼 1회 왕복하면 휴게 시간을 당연히 주게 되어있는데, 휴게 시간이 길어지면 시간에 쫓기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 기사 개개인의 문제, 주 52시간제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 등 여러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차 확인 규정 만들어야"

경찰은 교통사고처리법 위반 혐의로 해당 버스 기사를 입건했다. 승하차 사고 시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버스 기사가) 문 열고 출발해서 사고가 나거나 승객이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하차 사고가 나더라도 일반 교통사고로 취급해 보험처리로 끝나고 처벌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버스 기사의 경우 승객이 안전하게 하차하는 걸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법에 마련하거나, 버스 회사 내규를 정하는 등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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