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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충돌하나…크렘린 "나발니 석방 시위, 美가 부추겨"

중앙일보 2021.01.25 12:44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난 '푸틴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구금 반대시위의 후폭풍이 러시아 밖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공식 성명을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고, 크렘린 궁은 “미국이 시위를 부추겼다”고 맞받으면서다. 갓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러시아가 외교 마찰을 일으킬 조짐마저 보인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소위 ‘폭로’를 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평지풍파를 계속 일으키고 싶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무단 시위는 명백히 불법 행위였다”고 밝혔다. 그는 “무단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매우 적었고, 많은 사람들은 푸틴에게 투표했다”고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번 시위로 최소 350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최소 1167명이 체포됐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번 시위에 4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은 109개 도시, 4만여 명이 시위에 참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구금된 인사 가운데는 러시아 북서부 프스코프의 레브 스콜스버그 주의원 등 정치인들과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도 포함됐다고 한다. 율리아는 이후 풀려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시위에서 한 여성(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면을 쓴채 "나발니가 무서워요"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시위에서 한 여성(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면을 쓴채 "나발니가 무서워요"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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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이체벨레(DW)의 에밀리 셔윈 러시아 특파원은 모스크바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푸시킨 광장 중앙에서 크렘린 궁까지 행진하며 나발니의 석방과 함께 “여기 우리가 권력이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경찰이 한 여성을 짓밟는 장면 등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영상들이 퍼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 언론은 “공격적인 시위대”가 러시아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4건의 범죄 수사가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대와 언론인에 대한 가혹한 진압을 강력하게 비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또 “야당인사인 나발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과 구금된 모든 인사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중독 사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자국 영토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에 관해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야당 진보당의 전 대표였던 알렉세이 나발니(가운데)와 부인 율리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독극물 '노비촉' 치료를 마치고 러시아로 귀국하는 모습. 나발니는 귀국 후 다시 구금됐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야당 진보당의 전 대표였던 알렉세이 나발니(가운데)와 부인 율리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독극물 '노비촉' 치료를 마치고 러시아로 귀국하는 모습. 나발니는 귀국 후 다시 구금됐다. [AP=연합뉴스]

 
정작 러시아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로 미국 등 서방국가를 지목하고 나섰다. 모스크바 미국 대사관이 시위 하루 전날(22일) 올린 게시물이 사실상 시위를 부추긴 것이라면서다. 미 대사관은 해당 ‘시위 경고’ 공지에서 “하루 뒤 야당 활동가들에 의해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으며, 미국 시민들은 이 시위에 연루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 대사관들이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지로도 볼 수 있는데, 러시아 측은 “시위 정보가 너무 자세히 나와 있다”며 문제로 삼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크렘린 궁의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선 인터뷰에서 “(미 대사관의)일부 잘못된 게시물들은 러시아 내정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워싱턴에 어떤 불편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영 러시아 대사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시위는 전문적으로 준비된 도발”이라며 “모스크바에 있는 미 대사관과 서방국가의 대사관들이 부추긴 시위”라는 트윗을 공식 계정에 올렸다.
 
반면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가 국민의 쌓인 불만은 외면한 채 시위 발발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NYT는 “이번 시위가 곧바로 푸틴의 권력을 흔들지는 않겠지만, 러시아 시민들의 광범위한 시위 참여는 푸틴 체제 20년간 정체하고 부패한 정치 질서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DW도 이번 시위에는 단순히 나발니 지지자들뿐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도 가세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보다 앞서 푸틴의 비리를 폭로해 온 나발니 탄압에 연루된 러시아 고위 관료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는 다시금 팽팽한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가장 늦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세계 정상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선거인단 투표가 끝나고서야 바이든에게 “당신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축전을 보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시급한 안보 과제로 러시아와의 신(新)전략무기 감축 협정인 뉴스타트(New START) 협정을 연장하는 것을 꼽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해당 협정을 5년 연장하기를 희망하며, 이런 결정은 특히 지금처럼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적대적일 때 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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