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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질풍노도 사춘기, 알고 보면 인생의 골든타임

중앙일보 2021.01.25 09:10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많은 감정이 지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즐거운 하루인 듯하지만, 친구와 부정적인 사건에 부딪히거나 어른이 만든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왠지 모를 짜증이 나고, 말 한마디에 폭발하는 일도 있죠. 예전과 다른 감정 변화에 당황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숨을 고르기도 하며, 너무 억울하고 말이 안 통해서 눈물도 나고요. 가끔은 이런 내가 낯설고 왜 이러는지 궁금하기도 하죠. 과연 지금 내 안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 걸까요?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 또래 학생들이 상담실에 와서 ‘우울해요’ ‘누군가 말 걸면 화가 나요’ ‘짜증 나는 일만 생각나요’ 말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우리의 몸을 좋지 않은 변화 속에 방치하게 됩니다.  
 

전쌤의 알쏭달쏭 마음속 나를 찾아라 1 사춘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늦은 밤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누르는데 검은색 후드코트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 쓴 낯선 사람이 닫히는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아마 여러분의 온 신경은 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심장이 두근거릴 것입니다. 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마비 직전, 즉 스트레스 풀 상태가 될 테고요.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옆집 이웃인 걸 알게 되는 순간, 긴장은 풀리죠. 제멋대로 뛰는 심장도, 스트레스 상황도 마음대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내 안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무엇이 내 기분을 흔드는지 안다면 우리가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이겠죠.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1~2학년 시기에 뇌는 여러 일을 합니다. 뇌 안에서 정보 등을 전달하고 영향력을 주고받는 신경 회로가 재정립하죠. 다시 말해 불필요한 회로를 없애고 필요한 부분은 활발히 생성하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대량으로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정서를 통제하고 계획·의사결정을 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죠. 감정을 컨트롤하기보다 충동적이고 휙휙 바뀌며 화가 나는 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는 이유예요.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이 시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입니다. 이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향후 인생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뇌의 재구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뇌는 감정이 시작되고 행동화를 결정하는 곳이니만큼 이러한 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인생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어요.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시기를 사춘기라고 부르는데요. ‘사춘기’라는 말로 납작하게 규정짓고, 뇌의 재구조화 시기에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부정적인 감정에만 빠져있다면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놓치고 말 겁니다. 감정 반응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한 감정에 몰입돼 조절이 불가능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실수도 해요. 감정은 또한 수행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온종일 즐거운 기분이면 같은 공부를 해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쉽게 집중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암기도 잘 안 되고 자꾸 스트레스 장면이 생각나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인데 왜 그 감정에 노예처럼 지배를 받아야 하나요?

 
이제부터 감정의 주인이 되어 봅시다. 우리는 기쁨·즐거움·흥분·환희 등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속상함·짜증·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 역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긍정적인 감정밖에 느끼지 못한다면 이 역시 문제죠. 사춘기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활성화되고 예민해지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 감정을 빨리 알아채는 것이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입니다. 감정의 주인이란 건 감정 위에 군림하거나 억제하고 참는 것이 아닌, 내가 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걸 뜻합니다. 주인이 되어 내 감정이 어떤지 누구보다 먼저 내가 알아야 합니다. 만약 주변 누군가가 먼저 알아챈 후 내가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내가 관리하고 보호하는 내 감정이라 할 수 없어요.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해지는 사춘기는 호르몬도, 심리적 구조도 역동적으로 바뀌는 혼돈의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긍정이든 부정이든 내 감정을 내가 빨리 알아챘다면 두 번째로 내 감정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감정이 폭발하면 그 이유보다 화나는 감정에 몰입하죠. 그럼 이후 행동과 감정은 나의 통제를 잃어요. 때문에 그 순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세 번째, 이유를 생각했다면 스스로 이해할 만한 감정인지 확인하고 오류나 과한 몰입이라면 ‘이건 별일 아냐!’ ‘괜찮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라고 스스로 위로해야 합니다. 이해할 만한 감정이라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해야죠.  
 
사춘기는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빨리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많은 것을 익히고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과정이며 인생의 방향키가 설정되는 과정입니다. 소중 독자 여러분이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 성숙으로 가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글=전수경 테라피엔스 심리상담연구소 센터장/차의과학대학교 외래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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