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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치킨 튀기고 커피 내리고 인간 도우려 주방 진출한 로봇, 푸드봇

중앙일보 2021.01.25 09:00
‘셰프 로봇’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푸드테크(Food-tech) 핵심 기술인 협동 로봇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한현 학생기자.

‘셰프 로봇’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푸드테크(Food-tech) 핵심 기술인 협동 로봇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한현 학생기자.

로봇은 뜨거운 불 앞에서 반복 작업하고

인간 셰프·바리스타는 창의적 작업하고

 
사람 대신 로봇이 주방에 투입됩니다. 식탁 위에 식기를 세팅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조리하죠. 음식 서빙은 물론 요리가 끝나면 알아서 척척 주방을 청소해요. 갑자기 무슨 SF영화 같은 소리냐고요? 아니요. 2021년 현재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로봇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요리 분야에도 로봇이 활용되는 시대가 왔어요. 단순히 조리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셰프’로서 주방을 진두지휘하죠.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푸드 테크(Food-tech)’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박종범·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백채희(경기도 수원금호초 6)·안예성(인천 연성중 1)·한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
백채희·한현·안예성(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와 일일 바리스타 체험에 나섰다. 바리스는 주문이 들어오면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백채희·한현·안예성(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와 일일 바리스타 체험에 나섰다. 바리스는 주문이 들어오면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푸드테크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산업에 4차 산업기술 등을 적용해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을 말해요. 외식·식품 가공·식품 유통·농림축수산업 등에 정보통신기술·빅테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이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며 푸드테크는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도 원하는 식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죠. 예를 들어 ‘3D 식품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 맞춤 푸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식품 구성 비율과 영양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특정 재료나 영양소를 추가·제거하는 식이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음식점 추천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배달,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해 고기·계란 등 기존 식품을 대체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푸드테크에 해당합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매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관련 제품이 나와요. 올해 1월 열린 CES 2021에도 다양한 푸드테크 기술이 소개됐죠. 특히 눈에 띈 것은 식품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푸드테크 로봇(푸드봇)이었습니다. 커피를 제조하는 로봇 바리스타, 치킨을 튀기고 햄버거 패티를 굽는 조리 로봇 등이죠. 광학 카메라를 장착할 경우 스스로 물체의 위치·형태를 인식해 정리 및 서빙을 돕습니다. 곧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을 푸드봇, 얼마나 발전했고 어디서 쓰이고 있을까요. 앞으로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까요. 백채희·안예성·한현 학생기자가 궁금증을 풀러 나섰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 협동 로봇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은 인간과 함께 일하며 사람이 어떤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죠. 흔히 떠올리는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휴머노이드)과 달리 주로 외팔 혹은 양팔의 형태예요. 미국 MIT 연구진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BMW 생산라인에 협동 로봇을 도입한 결과, 사람이나 로봇이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85%나 생산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어요. 자동차·전자·의약·식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합니다. 초기 비용은 다소 높을 수 있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로봇과 인간의 협업은 점점 증가할 전망입니다. 국제로봇연맹이 2020년 발행한 ‘세계로봇-제조업용 로봇 보고서(World Robotics 2020 Industrial Robots)’에 따르면, 협동 로봇 판매량은 2018년 1만6000대에서 2019년 1만8000대로 늘었어요. 산업용 로봇의 판매 대수가 조금씩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푸드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협동 로봇이에요. 이미 바리스타·치킨·햄버거·피자 등 조리 협동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설거지·정리 로봇 등도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죠. 협동 로봇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현 학생기자가 찾은 곳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 코리아입니다.
유니버설 로봇 코리아를 찾은 한현 학생기자가 백승민(왼쪽) 팀장과 나란히 섰다. 협동 로봇은 인간과 협업하며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유니버설 로봇 코리아를 찾은 한현 학생기자가 백승민(왼쪽) 팀장과 나란히 섰다. 협동 로봇은 인간과 협업하며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덴마크 협동 로봇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은 협동 로봇 프로그래밍, 안전 및 기술 제어 등 65개 이상의 특허를 취득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협동 로봇을 생산해요. 쇼룸에 들어서자 백승민 팀장과 7대의 협동 로봇이 한현 학생기자를 반겼죠.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 로봇을 직접 살펴보고 움직여볼 수 있는 쇼룸이에요. 협동 로봇이 무엇인지, 어떻게 움직이고 활용되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백 팀장이 티치 펜던트(로봇의 티칭·프로그래밍을 위한 디스플레이·터치 키보드 등을 갖춘 장치)를 들고 협동 로봇을 조작하자 미리 학습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같은 동작을 반복했어요. “아무리 복잡한 동작이라도 로봇을 한 번 학습시키면 명령에 따라 같은 작업을 무한대로 수행하죠. 자동자·전자 제품 제조 등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카페·식당 등에도 협동 로봇을 적용하기 시작했죠. 조작이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기존에 쓰이지 않던 예술·미디어 등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될 거라고 전망해요. 협동 로봇과 일반 산업용 로봇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로봇 안전기능인데요. 자, 손바닥을 내밀어 협동 로봇에 부딪혀 볼까요.”
프로그래밍에 따라 움직이던 협동 로봇이 한현 학생기자의 손바닥과 부딪히자 ‘뚝’ 하고 멈춰섰죠. “로봇이 어떻게 멈춘 건가요? 제 손이 있다는 걸 인식하나요?” “협동 로봇은 사람과 충돌하면 즉각 정지하는 힘 제한 안전기능이 포함돼 있어요. 산업용 로봇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돼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해요. 하지만 협동 로봇의 경우 근접·동작 센서 등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정지하죠. 위험한 제조 현장이나 주방 등에서도 사람과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답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산업용 로봇 표준안전규격에 근거한 안전인증을 받으면 따로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협동 로봇을 사용할 수 있어요.”
 
“안전기능이 포함되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다칠 위험은 전혀 없나요?” 한현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안전하게 협업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다칠 가능성이 작아요. 하지만 협동 로봇에 추가로 날카로운 틀을 장착하거나,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프로그래밍하는 등 사용 방법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로봇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한 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죠. 협동 로봇의 기술·품질 자체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이미 다양한 현장에 수만 대의 로봇이 투입돼 일하며, 그 기술 수준 또한 검증됐죠.”
한현 학생기자가 티치 펜던트를 이용해 유니버설 로봇 코리아의 협동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있다.

한현 학생기자가 티치 펜던트를 이용해 유니버설 로봇 코리아의 협동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있다.

사람과 로봇의 협업을 살펴보면, 협동 로봇은 주로 단순 반복 작업을 담당하고 사람은 창의성·판단력이 요구되는 작업에 집중합니다. 로봇은 로봇이 잘하는 일에, 사람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거죠. 서로의 장점을 고루 활용하니 자연스럽게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실제 협동 로봇을 도입한 사례를 살펴보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어요.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동안 사람은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강화된 거죠. 이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나타났어요.  
 
“인간의 역할이 꼭 필요하군요. 그런데 협동 로봇은 자율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나요? AI로 일한다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라며 한현 학생기자가 의문점을 드러냈어요. “일반적으로 협동 로봇은 사람의 프로그래밍대로 움직여요. 하지만 AI와 유사하게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동작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죠. 예를 들어 아까 보여준 힘 제한 안전기능의 경우 로봇이 사람과의 충돌을 감지하면 동작을 즉각 멈춤으로써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이보다 더 고차원의 AI를 결합한 협동 로봇도 있어요. ‘딥러닝(Deep Learning·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 3D 비전’ 기술을 적용하면 로봇 스스로 물체의 종류를 판별하고 다음 동작을 수행합니다. 미래에는 보다 다양한 AI 기술이 협동 로봇과 결합할 거예요. 하지만 협동 로봇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아직 사람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업무를 하기에는 부족해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개선이 필요하죠.”
설명을 들은 한현 학생기자는 직접 로봇을 움직여봤어요. 티치 펜던트의 수동 작업 버튼을 누르자 협동 로봇의 구동기를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었죠. 백 팀장과 함께 프로그래밍에도 도전했습니다. 로봇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티치 펜던트를 통해 협동 로봇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등 손쉽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고 백 팀장은 설명했죠. 우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모형 상자를 올려놓고, 협동 로봇이 이를 집어 옮길 수 있도록 이동·웨이포인트(중간에 멈추는 곳)·방향·기다림 등을 설정합니다. 간단한 작업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협동 로봇을 학습시킨 뒤 동작 버튼을 누르자 짜잔! 로봇이 상자를 집어 컨베이어 벨트 끝에 놓고, 다시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프로그래밍한 대로 협동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했죠.
 
평소 코딩·물리·수학 등에 관심 많은 한현 학생기자가 “협동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로봇공학자가 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로봇공학자는 로봇공학(Robotics) 이론을 통해 로봇 동작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을 설계하거나 모션 제어 소프트웨어를 구현해요. 로봇공학을 잘하려면 물리학·수학 같은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죠. 로봇공학자 외에도 컴퓨터 공학자, 전기전자 공학자, 품질 전문가, 생산관리 담당자, 서비스 기술자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을 갖춘 인재들이 함께 협동 로봇을 만들어요. 사용자 인터페이스, 모션 계획 및 제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죠. 협동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길은 여러 분야에서 열려있답니다.”
 

로봇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 한잔 어때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가 준비된 원두를 커피 필터에 붓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가 준비된 원두를 커피 필터에 붓고 있다.

3~5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핸드드립을 바리스가 도맡아 함으로써 인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3~5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핸드드립을 바리스가 도맡아 함으로써 인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라는 꿈을 실현한 곳이 있습니다.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라운지랩’이 운영하는 로봇 바리스타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LOUNGE X)’예요. 채희·예성·한현 학생기자가 매장에 들어서자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가 손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죠. “바리스가 학생기자단에게 반갑게 인사하네요. 바리스는 커피를 내리는 작업 외에도 간단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요.” 라운지랩 개발자 에이든(이하 에)과 이상협(이하 이) 홍보 담당자가 설명했어요. 예성 학생기자가 “또 어떤 동작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바리스가 고개를 떨구며 지친 듯한 동작을 취했죠. 바리스 앞에 세워진 작은 모니터에는 ‘커피를 내리느라 피곤하다’는 문구가 떴습니다. 잠시 후에는 몸을 더 동그랗게 말며 “오늘은 손님이 없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쓸쓸해 하는 바리스를 위해 학생기자단이 커피를 주문했죠. 원하는 메뉴·원두 등을 지정하면 사람 바리스타가 곱게 갈린 원두를 지정된 위치에 놓습니다. 이제부터는 로봇 바리스타의 몫이에요. 원두가 든 컵을 잡아 커피 필터에 붓고 따뜻한 물이 든 드립 포트를 들어 올리는데, 손잡이를 잡는 모습이 제법 사람 같았죠. 작은 원을 그리며 세 번에 걸쳐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동안 화면에는 “세 번째 추출 중입니다. 에휴, 힘드네요.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 참아야죠!”라는 멘트가 떴어요. 학생기자단은 “바리스가 말을 거는 것 같아요” “귀여워요”라며 감탄했죠. 핸드드립 추출이 완료되자 “맛있는 커피가 완성됐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바리스가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 바리스가 내려준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로봇 바리스타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로봇 바리스타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를 방문한 소중 학생기자단.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궁금한 점을 해소했다.

로봇 바리스타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를 방문한 소중 학생기자단.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궁금한 점을 해소했다.

라운지랩 이상협(왼쪽) 홍보 담당자와 개발자 에이든이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와 포즈를 취했다.

라운지랩 이상협(왼쪽) 홍보 담당자와 개발자 에이든이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와 포즈를 취했다.

예성 저희 같은 청소년은 커피를 못 마시는데, 바리스가 커피 외에 다른 음료도 만들 수 있나요.
아직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하다가 다른 게임 하고 싶으면 게임기의 팩이나 칩을 바꾸잖아요. 마찬가지로 바리스에 핸드드립 외에 다른 음료 프로그램을 넣는 거죠. 지금 이 매장에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로봇만 있지만,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는 로봇, 커피 캔을 만드는 로봇,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로봇 등을 개발 중입니다. 콘이나 컵에 아이스크림을 받아 손님에게 전달하는 수준의 로봇을 만들 계획이에요.
 
한현 단순히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것 외에 어떤 장점이 있나요.
사람의 경우 매일매일 같은 동작을 수행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죠. 달리기할 때 매일 다른 기록이 나오는 것처럼요. 하지만 바리스는 정해진 동작을 오차 없이 수행하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맛의 커피가 나옵니다. 사람보다 더 정밀한 핸드드립도 가능하죠. 동그랗게 큰 원을 그리는 법, 작은 원을 반복해 그리는 법 등 다양한 핸드드립 방법이 있는데, 바리스타와 함께 원두마다 어울리는 드립 스타일을 연구해 알고리즘으로 만들었어요. 클라우드 서버에 올린 알고리즘을 바리스가 받아 수행하죠. 똑같은 로봇에 똑같은 알고리즘이 적용돼 어느 지점에서든 같은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랍니다. 추후 바리스에 카메라나 센서를 달 계획이에요. 사람이 물건을 잘못 놓더라도 바리스가 바로잡고 일할 수 있도록 눈이 생기는 거죠.
채희 로봇 바리스타가 대중화되면 바리스타들이 직업을 잃지 않을까요.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이 대두하면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대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본질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거죠. 핸드드립 같은 경우 바리스타가 직접 하면 물을 붓고 기다리는 과정을 3~5분 정도 반복해야 하는데, 바리스가 이 일을 대신하면 사람은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바리스가 내린 커피에 우유나 초콜릿을 더해 더 맛있는 음료를 만든다든지, 손님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며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라운지엑스는 협동 로봇 기술을 활용해 푸드테크 자동화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닌,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죠. 라운지엑스의 모토가 ‘칼퇴(칼퇴근)’인데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동안 사람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휴식한 뒤 초과 업무를 하지 않고 지체 없이 퇴근하는 거죠. 노동자가 단순 반복 작업에서 해방돼 여유를 가지고 인간적인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협동 로봇이 돕는 겁니다.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일 거예요.”
 

로봇이 튀겨도 바삭한 건 똑같죠

롸버트와 함께라면 뜨거운 기름·유증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조리 도구를 들고 롸버트 곁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롸버트와 함께라면 뜨거운 기름·유증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조리 도구를 들고 롸버트 곁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롸버트치킨’의 문을 열자 고소한 튀김 냄새가 학생기자단의 후각을 자극했습니다. 겉으로는 다른 치킨집과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요. 주방을 살짝 들여다본 세 사람이 깜짝 놀랐죠. “설마 저 빨간 로봇이 혼자 치킨을 튀기나요?” 일렬로 늘어선 튀김기 앞에는 사람 대신 바쁘게 움직이며 치킨을 튀기기에 여념 없는 로봇 ‘롸버트’가 있었어요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예요. 2018년 미국 보스턴의 ‘스파이스(Spyce)’라는 로봇 식당을 알게 됐죠. 로봇이 모든 조리를 대신하더군요. 한국에서도 푸드테크가 발전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죠. 그해 로보아르테를 창업했고, 2019년 롸버트치킨 1호점을 개업했습니다.”
로봇으로 치킨을 튀기는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는 “2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롸버트가 탄생했다. 롸버트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로봇으로 치킨을 튀기는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는 “2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롸버트가 탄생했다. 롸버트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토막낸 닭을 반죽 기계에 넣는 과정과 포장을 제외한 모든 일은 롸버트가 합니다. 닭 조각을 하나하나 반죽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튀김옷이 입혀져 나오죠. 롸버트의 손이 튀김용 바스켓으로 향합니다. 튀김옷이 묻은 치킨을 탈탈 흔들어 반죽을 고르게 하고요. 팔팔 끓는 튀김기에 치킨을 퐁당! 빠트린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바스켓을 잡아 털어줍니다. “닭이 기름에 들어가면 수분이 쫙 빠지면서 서로 달라붙곤 해요. 튀김옷이 붙지 않게 저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롸버트가 이 과정을 대신해 일이 확 줄었죠.”
이제 치킨이 완성될 때까지 사람이 할 일은 없습니다. 9분 30여 초가 지나자 롸버트가 바스켓을 집어 들었죠.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을 보며 학생기자단이 ‘꼴깍’ 침을 삼켰어요. “일반 프라이드치킨은 이대로 포장하고요. 양념의 경우 사람이 직접 비벼야 해요. 포장 과정에서도 인간의 손길이 꼭 필요한데, 협동 로봇은 치킨 상자를 열었을 때 닭 다리, 닭 날개 등이 보기 좋게 포장하는 기술을 아직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롸버트가 만든 치킨을 맛보니 “사람이 만든 것보다 맛있어요.”(예성) “로봇이 만든다고 해서 어설플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한현) “너무 신기해요.”(채희) 등의 반응이 나왔어요.
토막낸 닭을 반죽 기계에 넣는 일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반죽 기계에 들어간 닭에 튀김옷이 입혀져 나오면 롸버트의 업무가 시작된다. 튀김용 바스켓을 탈탈 털고 뜨거운 기름 앞에서 바삭한 치킨을 건져내는 일 모두 롸버트의 몫이다.

토막낸 닭을 반죽 기계에 넣는 일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반죽 기계에 들어간 닭에 튀김옷이 입혀져 나오면 롸버트의 업무가 시작된다. 튀김용 바스켓을 탈탈 털고 뜨거운 기름 앞에서 바삭한 치킨을 건져내는 일 모두 롸버트의 몫이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 느꼈겠지만, 주방이 매우 덥고 냄새도 많이 나죠. 우리나라의 경우 40~50대 나이에 치킨집을 차리는 경우가 많은데, 기름 온도가 170도까지 올라가는 환경에서 온종일 치킨을 튀기다 보면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이에요. 유증기 때문에 화상을 입거나 폐 질환으로 고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주문이 몰려도 허둥지둥하지 않고 평온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이 로봇과 협업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에요.”
예성 학생기자가 “롸버트가 만들 수 있는 치킨의 종류는 몇 가지인지” 물었어요. “양념에 따라 치킨 종류는 다양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튀기는 작업만 가능합니다. 대신 치즈 볼·핫도그·감자튀김 등 튀김류는 다 만들 수 있어요. 각기 다른 시간과 동작을 프로그래밍해 대체로 튀김의 질이 균등한 편입니다. 가끔 작은 오차가 발생하는데 그것도 결국 사람이 조절하면 되거든요. 기름양이 어느 칸은 많다든가, 어느 칸은 오래됐다든가 하면 다른 치킨이 나오겠죠. 아직 AI나 비주얼 센서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습된 행동만 반복하지만, 모든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면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일정한 맛의 치킨을 무한대로 튀겨낼 수 있어요.”
협동 로봇 하면 생각나는 일자리 위기 질문도 나왔습니다. “치킨을 튀기는 일은 반복 작업이에요. 닭을 자르고, 반죽하고, 튀김기에 넣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꺼내 포장하죠. 이 작업이 생각보다 고됩니다. 하루만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해보면 알 거예요. 반복 작업과 높은 온도의 기름·유증기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동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닌 조력자라는 거죠. 2019년 1호점, 2020년 2호점을 개점하면서 협동 로봇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런데도 아직 부족합니다. 앞으로 투자·연구·개발을 계속해 롸버트의 가격은 ⅓ 수준으로 낮추되 성능은 높이는 게 목표예요. 센서와 딥러닝을 도입해 똑똑한 롸버트를 만들면 노동자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에 로봇에 관심이 없었던 편이라 이번 취재가 색달랐어요. 치킨 로봇 ‘롸버트’가 치킨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죠. 로봇이 치킨을 만드는 모습을 처음 봤고, 사람을 대신함으로써 얼마나 안전하고 쉽게 치킨을 만들 수 있는지 깨달았어요. 개인적으로 사람이 만든 치킨보다 맛있게 느껴졌답니다.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가 있는 라운지엑스에서는 더 좋은 로봇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만낫는데, 저도 협동 로봇 같은 기술을 개발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죠. 바리스가 춤추는 모습은 매우 귀여웠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기 위험한 일이나 힘든 일을 대신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선입견과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백채희(경기도 수원금호초 6) 학생기자
 
협동 로봇에 대해 취재하며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로봇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미래에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 궁금해졌어요. 협동 로봇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인간과 로봇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안예성(인천 연성중 1) 학생기자
 
생소한 경험이었어요.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치킨을 튀긴다니요. 하지만 미래에 알고리즘 시스템이 더 개발되고 기술도 더 나아진다면 이런 로봇들을 일상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협동 로봇들이 들어와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로봇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단순 노동이라 사람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걸 알게 됐죠. 또 로봇 산업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고요. 미래엔 프로그래머, 로봇 엔지니어, 알고리즘 분석가 등이 인기 직업이 될 것 같아요.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배울 수 있어 아주 유익했어요.  한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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