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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집에 심정지 환자 생겼을 때 가족이 즉각 해야 할 일

중앙일보 2021.01.25 09:00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63)

두 번째 ‘에크모’ 시술을 방금 끝냈다. 아무리 응급실이라지만 에크모를 하루에 두 번이나 하는 건 드물다. 심장이 멎은 채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는 많지만, 그들 중 에크모 시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심정지로 에크모 시술을 받는다면 그 자체로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여지를 붙잡은 것일 테니 말이다.
 
에크모는 시술 기준이 까다롭다. 워낙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에크모 하나에 들어가는 자원이면, 다른 중증 환자 너덧 명은 너끈히 보고도 남을 정도다. 그래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환자만 골라 시술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라. 그 기준이란 게 무슨 돈 있고 빽있는 사람을 찾는 건 아니니까.

 
만약 누군가 심정지로 에크모 시술을 받는다면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여지를 붙잡은 것이다. [사진 pxhere]

만약 누군가 심정지로 에크모 시술을 받는다면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여지를 붙잡은 것이다. [사진 pxhere]

 
에크모(ECMO)는 ‘Extra 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체외 막 산소공급이다. 체외 심폐 순환 보조장치라고도 한다. 엎어치나 매치나 일반인에게 의학 용어는 알아듣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일 테지만. 그래도 코로나19를 겪으며 에크모라는 이름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졌다. 과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정지로 응급실에서 받았던 시술도 바로 이것이다. 좋든 싫든 그는 에크모 덕분에 꽤 오랜 시간 세상에 더 머물렀다. 껍데기만 남은 게 무슨 소용이냐고 누군가는 비판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에크모는 쉽게 말해 심장과 폐를 대신하는 기계장치다. 혹자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기계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살짝 과장이 섞인 얘기다. 심장이 멎으면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에크모는 그 멎은 심장을 대신해준다. 따라서 심정지 상태에서 강제로 소생을 유도하게 된다. 심장의 관점에서 보면 죽은 사람도 살리는 시술이 맞는 셈. 하지만 심장을 굴린다고 환자가 모두 살아나는 건 아니다. 머리가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뇌사), 다른 장기들이 허혈 손상으로 이미 썩어들어 갔을 수도 있다. 이럴 때 심장 기능만 유지하는 건? 사망 시각을 늦추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속담으로 치면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면? 과도한 자원의 소모는 바람직하지 않다. 응급실에서 에크모 시술이 시작되면 수많은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최소 몇 시간씩 묶이게 되니까. 돈으로 따져도 수천만 원의 보험 재정이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일이고.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겠지만, 의사는 냉정하게 시술의 필요성을 저울질해야 한다. 종종 보호자가 어디선가 듣고 와서 무리한 시술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망 없는 환자라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말했다시피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응급실에서 기회비용은 누군가 다른 환자의 생명이고. 그러니 우리는 심정지 환자가 오면, 시술의 적용 여부를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다.

 
만약 옆에 있던 가족이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환자는 응급실에서 다시 한번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된다. [사진 pixabay]

만약 옆에 있던 가족이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환자는 응급실에서 다시 한번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된다. [사진 pixabay]

 
이때 가장 큰 고려사항은? 당연히 환자가 아직 살릴만한 상태에 있느냐다. 허혈성 손상이 짧아 뇌가 죽지 않았어야 하며, 혈액을 공급해주면 몸이 회복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불치병으로 오랜 투병 하다 임종을 맞이했다면? 당연히 에크모를 시술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심장이 멎었을 때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누구일까? 눈치가 빠르다면 지금쯤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이런 질문의 답은 대개 정해져 있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잘 받은 환자다.

 
쓰러지자마자 옆에서 즉각 가슴 압박을 해 준 환자. 한순간도 가슴 압박을 멈추지 않고 이른 시간 안에 병원에 데리고 온 환자. 힘차고 빠르게. 그리고 쉬지 않고 가슴 압박을 받은 환자. 그걸 알아내려고 응급실에서 정신없는 보호자를 붙잡고 굳이 심정지 상황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만약 옆에 있던 가족이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환자는 응급실에서 다시 한번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의사로서 약속한다. 설령 찢어지게 가난한 환자라도 이건희 회장과 똑같은 치료를 받게 해 드리겠다. 그러니, 눌러라 힘차게 그리고 빠르게.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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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조용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필진

[조용수의 코드 클리어] 의사는 누구보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다. 삶과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는 특히 그렇다. 10년 가까이,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의 생과 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 각양각색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이제는 죽음이 삶이 완성이란 말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환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글을 통해 생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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