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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파괴자’부터 BTS도 만든 ‘눈 오리’…올겨울 폭설 천태만상

중앙일보 2021.01.23 08:00
지난 13일 한 지역 페이스북에 올라온 제보 글. 매장에 들어간 5분 사이 눈사람을 누군가 망가뜨려놨다고 한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 13일 한 지역 페이스북에 올라온 제보 글. 매장에 들어간 5분 사이 눈사람을 누군가 망가뜨려놨다고 한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최근 전국 각지에 내린 폭설로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선 눈(雪)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졌다. 
 

‘눈사람 파괴자’에게 분노하는 사람들

'엘사 눈사람 파괴' 관련 CCTV 영상. 사진 JTBC

'엘사 눈사람 파괴' 관련 CCTV 영상. 사진 JTBC

가장 주목받은 건 ‘눈사람 파괴자’다. ‘눈사람 파괴자’는 동네 곳곳에 만들어진 눈사람을 맘대로 부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눈사람을 만들어놓으면 누군가 이를 망가뜨린 뒤 사라지면서 최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정성 들여 만든 눈사람을 부수지 말아달라”는 글이 쏟아졌다. 
 
‘눈사람 파괴자’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8일 대전의 한 카페 앞에 만들어진 영화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를 본떠 만든 눈사람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를 부수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남이 열심히 만든 건데 어떤 권리로 그걸 부수냐”는 의견과 “눈사람이 생물도 아니고 장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이에 대해 가수 이적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다른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의 작가 박정훈씨도 “눈사람을 파괴하는 이들이 두려운 것은 분명하다. 타인의 존재를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로 행동하고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눈 오리 만들지 마세요” 호소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오리 눈 집게'를 검색한 결과. 사진 네이버 캡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오리 눈 집게'를 검색한 결과. 사진 네이버 캡처

 ‘오리 눈 집게’는 올겨울 유행 아이템 중 하나다. 오리 눈 집게는 눈을 오리 모양 집게로 뭉치게 해 오리 모양으로 굳어지게 만드는 도구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26·본명 김남준)이나 걸그룹 마마무의 휘인(25·본명 정휘인)이 오리 눈 집게를 사용해 눈으로 오리를 만든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만들어진 눈 오리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의 차 위에 눈 오리 만들지 말아라. 차에 상처 생긴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22일 오후 기준 조회 수 23만 건이 넘었다. 글쓴이는 “자신의 차위에 있는 눈 오리를 치우는 것도 힘들었지만, 세차하고 보니 차 보닛과 앞 유리에 긁힘 자국이 많이 났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SNS에선 “차 위에 만들어진 눈 오리로 차에 상처가 많이 생겨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봤다” “눈 쌓인 차에 손가락으로 글씨 쓰지 말라”와 같은 같은 글이 이어졌다. 
 

“눈사람 파괴행위는 반복된다면 위험”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만든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뉴스1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만든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가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잘못된 분노 표출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이 성취감을 느끼며 만들었을 눈사람을 부수면서 쾌감이나 ‘남보다 내가 낫다’ 등과 같은 보상심리를 느낄 수 있다”며 “생명을 향한 행위가 아니다 보니 책임감이나 죄책감은 적지만, 파손 행위에 무뎌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행위가 반복된다면 점차 공격성을 띄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눈사람 경연장’으로 변모한 SNS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게 되는 등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신이 만든 눈사람을 SNS에 자랑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발전한 것 같다”는 것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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