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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부모와 자녀의 전세 계약, 괜찮을까?

중앙일보 2021.01.23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76)

윤 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미리 자녀에게 증여해 두려 했지만, 자꾸 시세가 올라 증여 시기를 놓쳤다. 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 윤 씨는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녀가 취득세와 증여세를 낼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 씨는 자녀와 전세계약을 하고 자녀는 윤 씨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세금을 내려고 한다. 과연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전세 계약을 해도 괜찮은 것일까?


A 최근 국세청이 실시한 주택 취득자금 출처 세무조사의 주요 사례에 따르면 부모 자녀 간의 전세계약이 문제가 돼 증여세를 추징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의 전세계약 자체만으로 세무조사를 받거나 세금을 추징당할 일인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부모와 자녀의 전세계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경우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무주택자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주택을 사는 이른바 ‘영끌’ 매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진 unsplash]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무주택자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주택을 사는 이른바 ‘영끌’ 매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진 unsplash]

 

세입자가 아버지라면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무주택자가 더 늦기 전에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주택을 사는 이른바 ‘영끌’ 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 세무조사가 집중되다 보니 이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쓰다가 적발되곤 한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세무조사 사례 중 부모와 자녀의 전세계약이 문제가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녀가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파트에 사는 아버지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자녀가 매입했지만, 부모가 계속 그 집에 거주해야 하므로 매매계약과 동시에 자녀와 아버지는 전세계약을 했다. 그 덕에 자녀는 거액의 매매대금에서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만 아버지에게 지급하면 됐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금이 부족해 일부는 아버지에게 빌린 것으로 소명한 것이다. 이 경우 국세청은 도대체 어떤 점을 문제 삼은 것일까?
 
사실 부모와 자녀가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그것이 어떠한 허위나 가장이 없는 사실이어야 한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는 조사 결과 임대인인 자녀가 임차인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자녀가 따로 살지 않고 임차인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면 임대차 계약은 허위에 불과한 것이기에 그 보증금 액수만큼 자녀가 주택 구매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추징됐다.
 

증여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부모와 자녀가 전세계약을 한 경우 증여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전세계약처럼 똑같이 하면 된다. 부모·자녀 관계라 해도 반드시 전세계약서를 쓰고 보증금도 주고받아야 한다. 특히 보증금을 주고받은 금융거래 내용은 추후 국세청이 살펴볼 수 있으니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임차인은 전세계약 내용과 같이 임차한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하고 전입 신고도 해 두어야 한다. 가족 간의 전세계약이니만큼 확정일자를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확실히 해두는 차원에서 확정일자까지 받아 두는 것도 좋다.
 
부모와 자녀가 전세계약을 맺고 함께 거주하면 임대차 관계 자체가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 unsplash]

부모와 자녀가 전세계약을 맺고 함께 거주하면 임대차 관계 자체가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 unsplash]

 
무엇보다 주의할 것은 임대인이 임차인과 함께 거주할 경우 임대차 관계 자체가 부인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주소만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것으로 눈속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모 자녀와의 전세계약은 그만큼 국세청도 주의 깊게 살펴보기 마련이고 실제 거주 사실 여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검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부모와 따로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주소만 다른 곳으로 해 놓았을 뿐 소득이나 직업이 없어 부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따로 거주한다는 사실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전세보증금의 정산도 주의해야 한다. 간혹 임대차 계약이 장기간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국세청의 관리가 소홀할 것이라 생각해 부모에게 지급해야 할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슬쩍 넘어가려다가 추후 증여 사실이 적발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전세계약에 대해 임대차 관계가 끝나거나 임대보증금의 변동이 있을 경우 국세청이 사후관리를 통해 부모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 일부를 면제받은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 전세 활용한 주택 취득방법

집값이 비싸고 자녀의 자금은 부족하다 보니 부모와의 전세계약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령 윤 씨와 같이 결혼 후 전세로 사는 자녀에게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집을 증여함과 동시에 자녀와 전세계약을 하고 그 보증금으로 자녀가 취득세와 증여세를 내게 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와 달리 자녀가 고가의 집을 매입하기로 계약한 후 잔금을 치를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그 집에 부모가 전세로 들어오게끔 하고 그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잔금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부모는 자신의 집을 타인에게 전세로 내주고 자녀가 매입한 집에 전세로 들어오는 식이다.
 
모두 실제 임대차 계약이라면 괜찮지만, 항상 국세청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자칫 증여세 등이 추징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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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3본부 대표세무사 필진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선 돈을 이리저리 굴려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시대라 재테크가 잘 듣지 않는다. 돈을 굴리다 오히려 재산을 까먹기 일쑤다. 그렇다고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세금을 절약하는 절세는 재테크 보릿고개에 실질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징세를 강화하는 바람에 절세의 여지가 자꾸 좁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절세의 기술이다.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있는 재산을 지키려면 보유해야 할 무기다. 국내 최고의 세무전문가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절세의 기술을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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