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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기 들었나···시진핑의 '공동부유' 들고 돌아온 마윈

중앙일보 2021.01.23 05:15
 마윈이 돌아왔다. 88일간의 긴 침묵을 깨고 마윈 재단이 주최하는 농촌 교사 시상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의 잠적설엔 입을 열지 않는 모습이었다.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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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와 동료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했으며, 교육 공헌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습니다. (중략) 오늘날 중국은 전면적인 빈곤 탈출을 실현했으며 농촌진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공동부유’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재 기업 경영자의 책임이자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마윈은 ‘공동부유’ 정책을 내세우며 농촌 교육 공익사업에 전념하겠다 밝혔다. 그가 언급한 공동부유란 뭘까.
후시진 전 주석과 시진핑 주석 ⓒ로이터

후시진 전 주석과 시진핑 주석 ⓒ로이터

‘다 같이 잘 살자!’  
공동부유(共同富裕)는 과거 후진타오 주석이 농촌 중시 정책과 균등 배분을 강조하며 언급한 말이다.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농민과의 유대를 강화했던 마오쩌둥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 역시 취임 당시 ‘공동부유’를 당의 중요한 사명으로 규정했다.
 
시 주석은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균형과 소득 분배 격차 해소를 목표로 삼으며 2050년까지 공동부유를 기본적으로 실현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 밝혔다.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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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의 실현이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라 강조하는 중국 당국에 마윈이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셈이다.  마윈이 결국 중국 당국에 꼬리를 내린 걸까. 
 

 
과거 마윈과 중국 당국의 끈질긴 갈등 양상을 살펴보자. 중국 정부가 곳곳에서 규제를 걸며 억압할 때 마윈은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뉴욕 증시 투자자의 배만 불린다는 당국의 비판에 직면했다. 당국의 눈 밖에 나야 했지만, 알리바바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2015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알리바바를 짝퉁 판매 플랫폼으로 낙인찍었다. 마윈은 당시 공개서한을 통해 공상총국을 비난하는 등 당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며 대립각을 세웠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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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국은행 당국이 대대적인 모바일 결제 규제를 실시했다. 결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예외 없이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에 알리바바는 고객들의 알리페이 이용 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당국에 맞섰다.
 
2018년 마윈은 “1년 뒤 퇴임하겠다”며 은퇴를 예고했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싣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대주주, 공산당 지도부와의 빈번한 갈등 등 중국 정부에 밉보여 어쩔 수 없이 퇴진하는 것이란 음모론이 떠돌았다.
 
2019년 마윈은 약속대로 알리바바를 공식 은퇴했지만 “내가 떠나고 싶지 않으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2020년 마윈은 앤트그룹과 함께 화려한 복귀에 나섰다. 공모주 청약에만 2조 8000억 달러(3178조원)가 몰린 대형 IPO를 들고 말이다. 그러나 금융 서밋에서 한 그의 연설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또 한 번 외압이 작용했고 이번엔 강도가 센 응징을 받아야만 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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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윈의 처신이 전과는 다르다. 중국 당국에 백절불굴의 자세를 보였던 마윈이 당국의 포부와 맞물리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의 대조되는 행보에 숨겨진 계략은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자국 혁신 기업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압박하고 간섭한다. 민영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기업 내 공산당 지부 조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게 중국이다.  
 
그러나 국영기업에 비해 민영기업은 현저히 불리한 여건에 있다. 당국의 지원 없이는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다. 결국은 각종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당국을 따라야만 한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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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은 이제 그 정부를 활용한다. 중국 국가시장규제관리국이 12월에 시작한 독점 조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향후 회사 인수와 광범위한 비즈니스 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그가 공산당의 행보와 발을 맞춰가려는 체하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의 도움 없이는 영원히 새장을 벗어날 수 없으니 새장 안에 갇혀 열심히 나는 척을 하는 것이다.
 
“돈과 권력은 결탁해서는 안 된다. 정경유착의 말로에는 파멸만 있을 뿐이다”
과거 마윈의 발언이다. 마윈과 중국 정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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