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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부터 매년 강남구 하나씩 사라져, 골든타임 10년”

중앙선데이 2021.01.23 00:21 721호 11면 지면보기

인구 절벽 끝에 서다 - 인구학자의 경고

국내 대표적인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는 “인구 감소를 체감하게 될 2030년까지 대비할 시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전민규 기자

국내 대표적인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는 “인구 감소를 체감하게 될 2030년까지 대비할 시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전민규 기자

“2030년부터는 인구 감소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대비할 시간은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80년 뒤 내국인 1700만 명 추산
내수 기업엔 심각한 타격 예상

국민연금 15년 후 적자 가능성
정년 연장·폐지도 검토해 봐야

국내 대표적인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지난 20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특히 “인구절벽에 따른 연금, 정년 연장 문제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한국이 인구 데드크로스(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상태) 상황이 왔다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5180여만명)는 전년보다 2만여명이 줄었다. 10년 후인 2030년까지는 누적 50만명 가까이 자연감소가 예상된다. 연간 3만~5만명의 인구 감소는 당장은 체감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러다보면 2030년까지 남은 10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인구 감소 속도 너무 빠른 게 큰 문제
 
인구절벽인 한국의 미래는 어떤가.
“80년 후인 2100년에 내국인 기준으로만 보면 170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의 1/3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 ‘정해진 미래’의 모습이다. 2050년이 지나면 매년 50만~60여 만명의 인구가 준다고 보면 된다. 서울 강남구나 제주도가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예상되나.
“2030년 이후엔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고, 사회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경제 구조와 시스템은 생산 가능 연령대인 25~59세(2750만명)에 맞춰져 있다. 이 연령대는 2030년엔 2520만명으로, 그 이후로는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일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크게 준다. 해외 시장을 상대하는 대기업은 당장 큰 문제를 느끼지 않겠지만 내수 시장만 바라보는 중소업체들은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손해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산업군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다.”
 
조영태 교수가 베트남 총리 경제자문과 공저해 현지에서 출판한 『베트남 2020~2040』.

조영태 교수가 베트남 총리 경제자문과 공저해 현지에서 출판한 『베트남 2020~2040』.

가장 시급한 부분은 뭔가?
“연금제도를 손보는 일이 급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56년까지는 연금이 고갈되지 않고, 고갈된다 하더라도 국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거짓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로는 당초 2048년에 적자 전환을 예측했지만 지금은 2044년으로 더 당겨졌다. 매년 더 빨라지는 고령화를 감안하면 2030년대 중후반쯤에 적자전환이 발생할 수 있다. 공단 측은 연금만 따지지만 돈 내는 국민 입장에선 연금뿐 아니라, 보험료와 각종 세금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 2035년쯤엔 내 지갑에서 나갈 돈이 얼마나 늘 것인지 정부는 알려준 적이 없다. 연금이 적자가 되는 시점을 솔직하게 알려줘야 한다.”
 
정년 연장 문제와도 연결될 텐데.
“연금을 더 늦게 받고, 더 오래 내게 하려면 정년 연장을 다시 손볼 수밖에 없다. 2025~2030년에는 정년 연장이 다시 한번 있어야 한다. 사회적 파장은 있겠지만 정년을 없애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도 심각하다. 지방도시 소멸 문제도 거론되는데.
“청년층의 지향점은 서울,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5~34세 청년층의 56%가 수도권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다. 자원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집중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서울,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도시가 전국에 몇 개나 필요한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혁신도시 정책은 가장 큰 규모의 기관을 가장 낙후된 지역에 보내는 비과학적인 방식, 다분히 평등주의식 발상으로 만들어져 실패한 측면이 있다.”
  
2030년대 중후반엔 35%가 65세 이상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은데.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보육과 양육 등 주로 복지 문제 쪽에 집중됐다. 이후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젠더 이슈까지 더해졌다. 복지나 젠더 이슈가 중요한 문제지만 과연 이것이 한국의 출생률을 떨어뜨린 결정적인 이유였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복지나 젠더 이슈뿐 아니라 주택(부동산), 사교육, 사회 경쟁 심화 등 굉장히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종합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 인구정책에 자문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베트남의 인구정책 방향과 질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와 호찌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다른 거점 도시에 얼마의 인구가 있어야 하고 배후 인구는 어디서 유입돼야 하는지, 배후 도시의 인구 변화는 어떠한지 등을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해 5월 ‘베트남 인구정책은 국가 발전에 최적화된 인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가족계획 수준에서 벗어나 인구의 질적 측면과 국가 발전을 묶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2030년대 중후반이 되면 국민 35%가 65세 이상이 되는 시대를 맞는다. 베트남처럼 젊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 더 많이, 더 진지하게 투자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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