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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승리 낙관하던 부산,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중앙선데이 2021.01.23 00:20 721호 12면 지면보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다짐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다짐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서울에만 집중되는 듯했던 여야의 눈이 부산을 향하고 있다.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였던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4·7 부산시장 선거 민심 변화 징후
이낙연, 신공항 앞세워 파상 공세
일부 여론조사서 여당이 야당 앞서

민주당, 역전 기대하며 지지층 결집
국민의힘, 위기감에 내부 관리 강화

심상찮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서두르겠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에도 ‘신공항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다. 공항 하나로 경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가덕신공항을 문재인 정부에서 매듭지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부산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신공항 문제를 앞세워 전세 역전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급적 신공항 문제를 선거 쟁점에서 빼고 싶어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1일 “가덕신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는 자신의 발언을 민주당이 “가덕도 폄훼”라고 비판하자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언은) 가덕신공항을 깎아내리려는 발언이 아니라 신공항 건설이 부산 전체 경제를 크게 살린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법에 대해서는 “부산 당협위원장들 의견을 들어보니 그런 공항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다음달 부산을 직접 찾을 예정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열리게 된 만큼 당초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말까지 여권에선 공식 출마선언을 한 주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과 박인영 부산시의원 등 두 명만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언주 전 의원 등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는 등 모두 9명의 예비후보가 부산을 누비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18~20일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5%, 국민의힘 29.9%였다.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24.7%, 국민의힘 40.7%였던 게 순식간에 역전된 것이다. 물론 반대 결과의 조사도 나왔다.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9~21일 조사)에선 부울경 지지도가 국민의힘은 36%, 민주당은 22%로 전주 같은 조사(국민의힘 29%, 민주당 23%)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역전된 결과가 던진 충격파는 간단찮았다. 여당에선 기대감이, 야당에선 경계심이 커졌다. 민주당은 “부산의 당 조직이 절대 열세라 여론조사만 믿어선 안 된다”(선거기획단 소속 중진 의원)는 신중함 속에서도 “부산 현안을 꾸준히 챙겨온 데 대한 긍정적 반응”(최인호 수석대변인)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대다. 겉으론 “여론조사 결과가 하루 이틀 사이에 몇 퍼센트 변했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김종인 위원장)고 했지만 내부에선 위기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은 문 대통령의 고향으로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가 30~40%는 늘 존재한다”(이언주 전 의원)거나 “하락세인 게 분명해 보이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장제원 의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출렁대는 여론조사 지표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부산의 보수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진 ‘추·윤 갈등’을 문재인 대통령이 정리하면서 여권이 최악 국면에서 탈피한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야권이 후보만 여럿 나왔을 뿐 경제 이슈에 미온적이었던 반면 여권은 가덕신공항 등을 밀어붙이며 민심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정권심판론도 완화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부산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침체한 지역 경제를 누가 되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가덕신공항과 부울경 광역특별연합 등 지역 경제 활성화 이슈를 선점한 여권이 이득을 보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향후 선거 국면이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흐름으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엔 이견이 없었다.
 
그동안 ‘경선 통과=본선 승리’란 인식이 강했던 국민의힘은 경선 과열 양상도 걱정거리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예비후보를 겨냥한 인신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예비후보들과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경선을 과열시키지 말고 의원 줄서기도 피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옛 지지층을 얼마나 다시 결집하느냐가 숙제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지난해 4·15총선 때 민주당의 부산 지역 득표율(45.4%)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가덕신공항 등 경제 이슈로 역전을 노려보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가덕신공항에 대한 내부 입장 차이가 두드러질수록 부산시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산의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층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가덕신공항만 승부수로 삼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또 다른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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