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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스트레스 풀려고 공상, 꿈 사고팔고픈 내 얘기 썼다”

중앙선데이 2021.01.23 00:20 721호 22면 지면보기

[SUNDAY 인터뷰] 30만 부 팔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작가 이미예

첫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미예씨. 근래 한국 문단에서 가장 떠들썩한 작가 데뷔다. 김현동 기자

첫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미예씨. 근래 한국 문단에서 가장 떠들썩한 작가 데뷔다. 김현동 기자

새해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의 인기 말이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소설은 지금까지 30만 부가 팔렸다. 50만, 60만 부까지 팔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1위, YES24와 알라딘 종합 3위다.
 

삼성전자 다니다 그만두고 창작
이과 출신, 정리 등 글 쓰는데 도움

판타지는 말 되는 구석 있으면 몰입
독자가 끝까지 읽도록 쉽게 쓰려 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소설의 이런 성공은 감탄은 물론 궁금증도 부른다. 1990년생인 저자 이미예씨는 부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그 좋다는 삼성전자에 취직했지만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달러구트…』가 그의 첫 소설이다. 어디서고 소설 작법을 배운 적이 없다. 이제 소설 성공 공식 같은 건, 있다면, 폐기되어야 한다.
 
판타지가 먹히는 현실도 의미심장하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꿈을 사고판다. 밤에 꾸는 꿈 말이다. 한 마디로 잘 자자는 얘기다. 미세 시간 단위까지 쪼개가며 자기계발 테크놀로지에 매달리는 시대에 역행하는 설정이다. 꿈조차 달콤하게 꾸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 필요한 건 응원이고 위로라는 뜻일까. 지난 19일 이씨를 만났다.
 
검색해보니 의외로 인터뷰를 많이 안 했더라.
“민망했다. 책 잘 쓰시는 분들 많은데, 나는 운이 좋은 거 아닌가. 자꾸 했던 얘기 또 할 게 아니라 한 줄이라도 더 써야 할 것 같았다.”
 
진짜 첫 작품인가.
“글쓰기와 아예 접점이 없었다.”
 
창작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나.
“그렇다. 하지만 창작 방법을 아예 몰랐다고 하기가 그런 게, TV 드라마나 소설책을 보면서 이 작품은 왜 잘 됐을까, 사람들은 왜 이걸 잘 썼다고 할까, 그런 걸 파고들었기 때문에 어디서도 안 배웠다고 하기는 그렇다.”
 
그래서 성공 공식을 발견했나.
“문학을 정말 즐기는 사람들은 좋은 책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끝까지 읽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읽다가 실패해도 5분, 6분만 손해 보면 되는 콘텐트는 쉽게 접근하는데, 2주 걸려 읽어 재미없는 경우를 못 참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명작은 대단한 작가들도 평생 쓸까 말까고, 어차피 내가 그런 길로는 못 갈 테니까 그냥 쉽게 쓰자는 게 내 결론이었다. 첫 번째 책은 무조건 끝까지 읽을 수 있게 쓰자. 내가 아직 깊이도 없지 않나. 대신 살면서 느꼈던 점들을 접목시키자. 그런 생각이었다.”
 
삼성을 다니다 그만두고 소설을 썼다.
“내게는 TV 보는 것과 공상하는 게 동급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겸 공상할 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기만 하다가 많이 쌓이니까 내버려 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안 가면 더 많이 쓸 텐데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소설의 꿈 결제 시스템이 독특하다. 후불제고, 꿈을 꾸고 난 고객이 만족도에 비례해 감정의 형태로 꿈값을 지불한다. 선불이고, 품질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은 현실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 같은데.
“소설에서 꿈을 구입한 사람들은 꿈을 꾸고 난 다음에 잊어버리니까 구입한 사실까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꿈값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 꿈을 만든 사람도, 판매한 사람도 있으니 안 받을 수는 없다. 이 대목이 가장 고민스러웠다. 아무리 꿈이 기분 좋았어도 깨고 나면 좋았던 기분이 반감되고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꿈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좋았던 감정의 절반 정도를 백화점에 지불해서 사라지는 것으로 하자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일종의 ‘아하 모멘트’였겠다.
“그랬다. 판타지 소설이 원래 말이 안 되는데 사람들은 말이 되는 구석을 찾으면 몰입하고, 그걸 찾는 데 실패하면 독서를 그만둔다. 남들을 몰입하게 하려면 결국 소설 이야기가 나를 납득시켜야 할 것 같았다. 요즘 독자는 진짜 똑똑하다.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이상하면 금방 눈치챈다.”
 
독자 피드백도 많았을 것 같은데.
“돈 주고 책을 산 분의 첫 리뷰가 가장 기분 좋았다. 아이가 먼저 읽고 엄마에게 권했다는 사연도 진짜 좋았다. 대개 엄마는 재미없어 할 거야 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지 않나. 뭔가 그 집안의 좋은 일을 같이 나눠 가진 느낌이었다.”
 
인물들 이름이 재미있다. 어떻게 지었나.
“캐릭터별로 어울리는 이름이 생각날 때까지 계속해서 고쳤다. 주인공 달러구트는 네 글자로 하되, 외우기 쉬우면서 된소리가 섞여서 특색 있게 발음되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트’로 끝나니까 앞에는 ‘ㄹ’이 들어가야 균형이 맞을 것 같았다.”
 
인물들이 대개 허점이 있는데 그래서 매력적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 허점에서 더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너무 좋은 사람인데 허점도 같이 떠오르는 사람 있지 않나. 애정을 갖고 허점을 인물에 집어 넣었다.”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 있는데, 의도한 거였나.
“소설 쓸 때 가장 응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나였다. 그러니까 내게 한 말들이다. 소설이 잘 되다 보니 소설 속 응원의 말들이 독자들을 위하는 결과가 됐다. 독자들이 읽어줄수록 책에 있는 응원의 말들이 현실이 된다. 신기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들었길래.
“완성해봤자 아무도 안 봐줄 것 같았고, 글쓰기는 어렵고, 완성하겠다고 누구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 글 쓴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데, 그래도 안 쓰면 인생에 한이 될 것 같은 순간 진짜 힘들었다. 뭔가 저주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이과 출신인데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되나.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을 쓰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써야 할지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부분부터 쓴다. 결국 소설을 구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나중에 알기 쉽도록 잘 정리하고 분류해야 하는데, 대학 시절 며칠씩 화학실험을 해서 리포트를 써냈던 거에 비하면 소설 쓰는 데 필요한 분류나 정리는 오히려 재미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는데, 소감은.
“너무 좋다. 세상이 살아볼 만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생각은 별로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시절이 또 없을 수도 있잖나.”
 
앞으로 꿈이 있다면.
“다른 취미가 없다. 그래서 글 쓰는 게 싫어지면 안 된다.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것이니까. 전업 작가가 됐으니 책값만큼 독자에게 돌려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는데 그러면서도 쓰는 즐거움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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