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려견과 스파 후 티 타임…‘펫미족’ 복합문화공간 늘어

중앙선데이 2021.01.23 00:20 721호 25면 지면보기

견공, 직업의 세계

견공, 직업의 세계 메인

견공, 직업의 세계 메인

반려견 전문 잡지를 발행하는 내 사무실에는 대부분의 직원이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나의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소위 펫미(Pet-Me)족이라 칭할 만한 젊은 직원들은 마치 반려동물이 없었으면 자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처럼 건강, 쇼핑, 여행 관련 새로운 소식을 끊임없이 퍼 나르며 공유한다.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
3040 여성, 펫시장 핵심 소비층

여가·숙박·미용 등 원스톱 처리
펫셔리·펫러닝·펫부심 충족 공간
해외서 성업, 국내서도 속속 생겨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펫팸(Pet-Family)족을 넘어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펫미족이라 부르는데 30, 40대 여성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지금 펫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 중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대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고 안 하고를 떠나 이들이 지금 펫시장의 중심 고객이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펫코노미(Pet과 Economy의 합성어)라는 또 다른 신조어는 어쩌면 새로운 경제의 중심이 반려동물 산업과 함께 날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말일 수도 있겠다.
  
수제 간식 등 펫산업 전문화·고급화 추세
 
반려견이 런던 애거턴 하우스 호텔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 이 호텔은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기 애프터눈 티’를 서비스한다. [사진 애거턴 하우스 호텔 홈페이지]

반려견이 런던 애거턴 하우스 호텔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 이 호텔은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기 애프터눈 티’를 서비스한다. [사진 애거턴 하우스 호텔 홈페이지]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2018 반려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소비 트렌드’라는 제목으로 414만여 건의 소셜 데이터의 키워드를 분석해 놓은 결과를 보면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펫셔리(Pet+Luxury)다. 고급 애견 상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 인기를 끌고, 반려동물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펫 프렌들리 호텔, 펫 레스토랑, 펫 콘서트 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펫셔리 관련 주요 키워드 중에는 카페가 가장 많이 언급되었으며 다음으로 미용, 호텔, 수제 간식 순이다.
 
둘째, 펫러닝(Pet + Learning)이다. 펫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동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노캄 고양’은 지난해 호텔 일부를 반려견 복합문화공간으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이 호텔의 펫 전용 미용실. [사진 라이프앤도그]

‘소노캄 고양’은 지난해 호텔 일부를 반려견 복합문화공간으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이 호텔의 펫 전용 미용실. [사진 라이프앤도그]

마지막으로 펫부심(Pet+자부심)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심리를 말한다. 사진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에서 반려동물 관련 언급량이 급증했다. 전체 SNS 채널의 반려동물 언급 중 인스타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것을 간주하면 실로 엄청난 양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펫미족을 따라 형성된 산업들은 어떻게 방향을 잡고 있을까. 펫셔리, 펫러닝, 펫부심을 모두 담고 살아가는 펫미족은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전통적인 펫산업으로 불리던 사료시장과 병원, 훈련에 관련된 업종은 보다 커지고 활성화·고급화했다. 최근에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 사료나 화식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펫 프랜들리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유할 수 있는 페어링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처방 사료가 일반화했고, 수제 간식 시장이 보다 전문화, 고급화하고 있다. 펫보험이 자리를 잡았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니 주택 문화도 따라서 변했다. 펫 전용 주택단지, 펫 전용 오피스텔이 분양되고 있으며 향후 펫 인테리어 산업으로의 발전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펫 의료, 푸드, 미용, 주택, 금융 등 성장하고 있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펫셔리, 펫러닝, 펫부심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펫 전용 복합문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 여가, 숙박, 식사, 쇼핑, 미용, 카페, 전시, 영화상영, 교육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들이 국내에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려견 전용 피트니스 시설. [사진 라이프앤도그]

반려견 전용 피트니스 시설. [사진 라이프앤도그]

독특한 펫 서비스로 회자하고 있는 해외의 복합문화 공간을 소개한다. 이들의 서비스에 주목해 보자.
 
칼리스토가 랜치 리조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유명한 나파밸리에 위치한 고급 시설로 펫 서비스가 매우 유명하다. 가장 반응이 좋은 서비스는 베이컨 헌팅인데, 미국 내 강아지들의 버킷리스트라고 손꼽힐 만큼 인기가 많다. 와이너리의 포도나무 곳곳에 애플우드 스모크 베이컨을 숨겨 놓아서 강아지들이 산책하며 베이컨을 헌팅하는 놀이가 가능한데 일종의 노즈 워킹이다. 일단 체크인을 하면 강아지 간식이 가득 들어 있는 스페셜 와인병을 증정하며 강아지 침대와 음식, 물그릇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강아지를 위한 특별 룸 서비스 메뉴로 현미밥과 갈비, 생파스타와 치킨, 흰쌀밥에 랜치스토가 버거(육회, 혹은 레어로 주문도 가능)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셰프가 만든 강아지 전용 메뉴도
 
세인트 펜크러스 르네상스 호텔은 빅토리아풍의 내·외관이 아름다워 런던 최고의 호텔로 손꼽힌다. 최고급 호텔인 만큼 펫 서비스도 남다르다. 펫과 함께 투숙하며 도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푸치 시티 브레이크’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전문 트레이너가 대중교통에서 명령에 복종하게 하는 법, 펫피(Pet+Selfie) 사진 잘 찍는 법 등을 가르쳐 준다. 체크인하면 프리미엄 간식, 친환경 개껌, 그루밍 도구, 위생용품으로 구성된 ‘우프 박스’를 제공하는데 펫을 데리고 온 셀러브러티들이 즐겨 찾는 장소를 한데 모아 책자도 만들어 비치해 놓았다.
 
포시즌 호텔 밴쿠버는 대표적인 반려견 친화 도시인 캐나다 밴쿠버에 있다. 이곳 또한 애완견의 출입이 자유로운 포시즌스 호텔 중 한 곳이다. 이 호텔은 반려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는 서비스로 유명한데, 방문 손잡이에 걸어 놓을 수 있는 ‘My Name Is…’라고 적힌 태그가 펫팸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반려견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펫 전용 침대, 사료 그릇, 먹이 매트, 간식 등의 펫 어메니티를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판매도 하는 럭셔리 베딩은 편안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고기 뼈다귀, 치킨 또는 연어, 고구마와 밥으로 구성된 식사를 비롯해 스테이크, 소시지, 도그 비스킷 등 셰프가 만든 강아지 전용 메뉴도 준비돼 있는데 룸서비스 메뉴도 따로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애거턴 하우스 호텔이다. 런던 나이츠브리지에 위치한 이 5성급 부티크 호텔은 ‘도기 애프터눈 티’를 내놓는다. 반려견을 위해 닭고기와 쇠고기를 갈아서 만든 미트로프, 홈메이드 도그 비스킷, 도그 아이스크림과 함께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로 함께 티 타임을 가질 수 있다. 가격은 15파운드(약 2만원). 이외에도 전문 펫 컨시어즈의 감독 아래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4시간 전에 예약하면 강아지를 산책시켜 주고 그루밍 서비스 및 특별한 아침·저녁 식사도 제공한다. 로고가 새겨진 펫 타월, 장난감, 물그릇이 비치돼 있으며 99파운드를 추가 지불하면 펫 전용 스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년간 집에만 갇혀 있었던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반려동물들도 산책이 줄었고 이동량이 줄었다. 5인 이상의 집합금지 명령이 해제되고, 강력한 한파가 조금 주춤해질 때쯤 국내에 오픈한 또는, 곧 오픈하게 될 펫 프렌들리 복합문화공간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이수진 ‘라이프앤도그’ 발행인
패션 에디터를 거쳐 매거진 회사 대표를 지내다가 반려견 ‘우연’이와 ‘봉구’를 만나며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반려동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라이프앤도그’의 발행인이자 푸드 브랜드 ‘키친앤도그’ 대표로 개와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