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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기재부 나라냐" 때리자, 홍남기 "재정이 화수분이냐"

중앙일보 2021.01.22 13:34
여당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던 자영업 손실 보상제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22일 페이스북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란 글을 올리면서다.  
 
홍 부총리는 “영업 제한 손실 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몇몇 의원님께서 입법 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해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와 관련해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고 적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홍 부총리도 공감했다. “영업 제한 손실 보상 제도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의 영업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 간, 당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정된 재정이다. 홍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라며 “적자 국채 발행이 지난해 약 104조원, 올해 약 93조5000억원,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고 나중을 위해 가능하다면 재정 여력을 조금이라도 축적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라고 홍 부총리는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2일 페이스북 글 일부. 페이스북 캡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2일 페이스북 글 일부. 페이스북 캡쳐

 
홍 부총리는 어려운 재정 상황을 이유로 들어 법제화 과정에서 재정 당국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지만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하여 재정 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책임 장관인 홍 부총리가 재정 부담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던 자영업 손실 보상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날인 21일까지만 해도 기재부는 여권 기세에 눌렸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능하면 상반기까지 (손실 보상제 관련) 입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해외에서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를)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돈 얼마나 들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돈 얼마나 들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자 정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 총리는 아예 법제화를 검토하라며 기재부에 공식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김 차관은 “제도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서 국회 논의 과정에 임하겠다”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루 만에 기재부 수장이 홍 부총리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어려운 부분, 한계를 알리고 조율하겠다”며 다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현재 여ㆍ야에선 10개 가까운 자영업 손실 보상제 관련 법안이 발의돼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안에 따르면 손실 매출액의 50%(일반 업종)에서 최대 70%(집합 금지 업종)까지 보상하는데 4개월 기준 98조8000억원이 든다. 올해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199조700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다른 예산과 비교하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다른 예산과 비교하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ㆍ임대료의 20%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이 역시 한 달 1조2370억원, 연간으로는 14조8440억원이 소요된다.
 
홍 부총리가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오는 4월 지방자치단체장 재ㆍ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법제화 추진 자체를 덮을 가능성은 작다. 결국 재정 당국의 요구가 얼마만큼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 지원금의 경우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지급하는 게 맞는데, 위법 상황을 피하려고 법제화 과정에서 경직적으로 짜일 우려가 크다”며 “피해 상황에 따라 정확히 지원할 수 있도록 소득ㆍ매출을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 법제화만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후 예산과 재정의 문제도 클 수 있다”고도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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