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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美 관세폭탄 제동…철강 반덤핑 분쟁 3년만에 韓 승리

중앙일보 2021.01.22 11:14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미국과 3년에 걸친 무역 분쟁에서 일단 첫 승리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2일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산 철강·변압기에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 반덤핑 제재,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 조치 8건이 WTO 협정에 불합치한다고 판정했다. 다만 미국이 상소할 수 있어 아직 최종 판결이 난 건 아니다.
 
가용정보란 미국이 반덤핑·상계관세를 조사할 때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무시하고, 해당 기업에 불리한 정보 등으로 덤핑률 등을 상향 조정하는 조사 기법이다.
 
미국은 조사 기업 제출 자료가 미흡하거나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가용정보를 활용해 관세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를 의도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한국 주력 수출 제품인 철강과 변압기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높은 관세를 매겼다. 2016년 도금강판 반덤핑 관세(관세율 47.80%)를 시작으로 냉연강판 반덤핑 관세(34.33%). 냉연강판 상계관세(59.72%), 열연강판 상계관세(58.68%),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9.49%) 같은 철강 주요 제품에 줄줄이 ‘관세 폭탄’을 떨어뜨렸다. 
 
이후 2017~2018년에는 변압기에도 총 3차례에 걸쳐 고율의 반덤핑 관세(최종 60.81%)를 매겼다. 해당 제품들은 관세 부과 전인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매년 한국이 약 16억 달러(약 1조7600억원)를 미국으로 수출했던 효자 상품이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교채널을 통해 가용정보를 이용한 미국 관세부과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국 기업 피해가 계속되자 지난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다. 이번에 약 3년 만에 첫 승소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상소 가능성이 남았지만 이번 판결이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미국은 관세 조치를 부과하면 매년 관세율이 적정한지 다시 검토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는 근거로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게 압박이 가능하다. 실제 한국이 2018년 WTO에 제소한 이후 미국 정부는 철강제품에 취해진 5건 조치를 재검토해 관세율을 0%대로 다시 낮췄다. 현재는 변압기에 부과한 고율의 반덤핑 관세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WTO 판단으로 이 역시 낮춰질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WTO는 40개 쟁점 중 압도적으로 많은 37개 부분에서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가장 논쟁이 됐던 가용정보 제도 적용 조건에서 한국 기업이 승소했다. 미국은 가용정보 적용 이유로 한국 기업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지만, WTO가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미국이 한국 수출 제품에도 가용정보를 마음대로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가용정보 제도 자체가 협정 위반이라는 한국 측 주장은 WTO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이번 판정을 통해 승소한 8개 조치와 관련된 품목뿐 아니라 다른 수출 품목에 대한 불합리한 가용정보 적용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향후에도 WTO 회원국의 권리와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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