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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호 제거, 송철호로 정리"…울산사건, 수상한 송병기 기록

중앙일보 2021.01.22 00:35 종합 23면 지면보기
2014년 7월 울산 보궐선거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무소속인 송철호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 이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연합뉴스]

2014년 7월 울산 보궐선거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무소속인 송철호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 이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연합뉴스]

1주일 뒤(29일)면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혐의자 13명을 기소한 지 꼭 1년이다. 원래 수사팀은 해체됐고, 피고인 공판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25일 예정이던 준비기일까지 연기되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마저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했던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울산사건 기소 1년]
문 대통령 “송철호 당선이 소원”
송 측근 수첩에 BH·VIP 자주 언급
사건종결 후 옷 벗은 울산지검장
“출세와 정치적 목적으로 선거 망쳐”

 울산사건엔 2개의 중요한 기록이 있다. 하나는 울산지검의 불기소 결정문이다. 2019년 3월 울산지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국민의힘 의원) 측근들을 불기소 처리하며 경찰의 기획수사를 비판했다. 95쪽에 달하는 결정문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리한 수사”라고 지적했다. 결정문은 '윤석열 검찰'이 청와대 하명 의혹을 수사하는 핵심 자료가 됐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두 번째는 ‘송병기 수첩’이다. 송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 송철호 현 울산시장 캠프의 핵심 참모였고, 당선 뒤 경제부시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그의 수첩은 박근혜 탄핵 당시의 ‘안종범 수첩’, 양승태 사법농단의 ‘이규진 수첩’처럼 사건의 실체를 밝힐 스모킹건 중 하나다. 검찰은 2019년 12월 6일 송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수첩을 확보했다.
 
 중앙일보는 불기소 결정문을 남긴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의 증언과 핵심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송병기 수첩’의 핵심 내용을 메모한 김 전 시장의 기록(A4 3장)을 확보했다. 사실의 조각들이 모여 진실의 모자이크를 이루듯, 남겨진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다.  
 

 (1)청와대의 공약 컨설팅

지난해 1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선거개입 의혹으로 출석했다다. [뉴스1]

지난해 1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선거개입 의혹으로 출석했다다. [뉴스1]

 김기현 의원이 확보한 ‘송병기 수첩’의 내용에는 BH·VIP 같은 표현과 임종석·조국·백원우 등 청와대 실세의 이름이 다수 나온다. 그중 2017년 10월 13일자에는 “VIP가 직접 후보 출마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란 문구가 있다. 그 밑에는 “VIP면담자료. ①원전해체센터 ②국립대(VIP 인지) ③외곽순환도로”라고 설명돼 있다. 외곽순환도로는 과거 국비사업 신청에서 번번이 물을 먹었으나 2019년 1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같은 날 기록된 “서울 출장, 송 장관 BH 방문 결과”라는 표현도 눈에 띈다. 여기에는 “산재모 추진 보류 → 공공병원 검토 필요”라는 설명이 있다. 앞서 10월 10일자에는 “산재모 →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면서 ‘산재모 담당자’로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의 이름이 눈에 띈다. 산재모 병원은 김기현 전 시장, 공공병원은 송철호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10월 11일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전 부시장은 청와대 인사를 만나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화될 때까지 산재모 병원 예타 발표를 미뤄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실제로 한 달 뒤 산재모 병원은 예타 심사에서 사실상 탈락된다. 하지만 결과 발표는 이듬해 5월 24일에야 이뤄졌다. 선거를 불과 20일 남겨둔 상황이었다. 2018년 3월 31일자에는 송철호의 공공병원과 관련해 '이진석 비서관(BH 회의)'이라는 제목으로 “총사업비 2000억원, 기재부 반대 예상 대비 울산시가 부지매입 필요”라는 설명이 있다. 
 

(2) 경쟁자 주저앉히기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2017년 울산에선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최고위원이 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작 공천을 받은 이는 송철호 시장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월 17일자 기록이 말해준다. 여기엔 “무엇보다 가장 좋음: 당 장악 정리 → 임 실장(BH): 임동호 교체 건. ①당에 지시 ②장관 직함 갖는 것이 중요”라고 쓰여 있다. 10월 19일자에는 “임동호 처리. Big10 공기업 사장 또는 차관 자리, 오사카 총영사 요구 → 안 되면 계속 흔들 것으로 예견”이라고 적혀 있다.
 
  날짜가 불분명한 또 다른 메모에는 한 상가에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최인호 의원이 했다는 말이 나온다. “임동호 움직일 카드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 밑에는 “중앙당 BH는 임동호 제거, 송철호 체제로 정리”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이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왜 그랬을까.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린 세 사람. 송철호 울산시장, 문재인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뉴시스]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린 세 사람. 송철호 울산시장, 문재인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뉴시스]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한 장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무소속 송철호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며 “우리 송철호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고 저는 평생의 동지”(7월 1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라거나 “(제 소원은) 우리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보는 것”(7월 20일 토크 콘서트)이라고 했다.  
 

(3) 해결사의 등장

 송철호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은 경찰이다. 2018년 2월(한국갤럽) 김기현 후보 지지율(40%)은 송철호 후보(19.3%)를 압도했다. 하지만 4월(리얼미터) 조사에서 29.1%대 41.6%로 역전됐다. 이때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나온다. 앞서 송병기 전 부시장은 청와대에 김기현 시장 관련 비위 사실을 제보했고, 당시 조국 수석과 백원우 비서관이 있던 민정비서관실에서 첩보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은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하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민주당 의원)은 수사가 부진하자 담당 경찰을 좌천하고 참모들에게 "시장 비리 사건에 집중하라" "일주일 단위로 진행상황을 보고하라" 같은 구체적 지시를 내린다. 이 무렵 울산에 내려갔던 민정비서관실의 특감반원은 2019년 12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윤석열에게 죄송하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울산사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울산사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실제로 청와대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은 총 21차례. 이중 3월 16일 울산시청 압수수색 당일에는 압수 예정 물품 등 기밀사항까지 사전 보고가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기현 시장의 당 공천이 확정된 날이었다.
 
 이에 대해 황운하 의원은 “울산 경찰 누구도 청와대 첩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검찰이 억지로 꿰맞추고 소설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소장도 허위 공문서다.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언론 플레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보고와 관련해선 “경찰청이 민정에 어떻게 보고했는지 모르지만 그건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압수수색 예정까지 사전 보고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찰이 거짓말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때 경찰청에서 예정 보고를 안 했다고 깨졌다. 당시 울산 수사과장 말이 ‘미리 보고하면 부적절할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울산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의원은  이후 논란 끝에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중앙일보는 '송병기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검찰 공소장에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오늘 오후 6시 중앙일보 유튜브 '윤석만의 뉴스뻥 Live'에서는 울산사건의 피해자인 김기현 의원이 출연해 당시 사건의 전말을 생생하게 폭로합니다. 
 
울산사건 수사 지검장 “국가질서 무너뜨린 국기문란 범죄”
울산사건 수사 당시 법조계에선 “울산지검장이 ‘개업할 각오로 사건을 파헤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송인택 당시 지검장은 수사 종료 4개월 뒤 24년간 입고 있던 검사복을 벗었다.  

 
- 사건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를 망치고 국가질서를 무너뜨린 국기문란 범죄다. 결정문을 길게 쓴 것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자료는 폐기돼도 결정문은 누군가의 손에 남아 있을 테니까.”
 
- 왜 기획수사였다고 보나.
“증거 없는 수사였다. 검찰이 ‘죄가 안 된다’고 해도 경찰이 밀어붙였다. 누구를 죽이기 위한 것으로 의심받을만한 수사다. 당시 경찰은 토착비리를 수사중이었고, 주로 야당의 지자체장들이 대상이었다.”
 
실제로 2018년 지방선거 직전 경남지역 다수의 야당 지자체장들이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당시 나동연 양산시장(3월)이 압수수색까지 당했으나 무혐의로 처리됐다.  
 
- 울산 사건은 더욱 심했다.
“배후가 청와대일 거란 생각은 못했다. 나중에도 현 정권에선 수사가 불가능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경찰이 첩보가 ‘청와대 민정에서 내려왔다’고 실토했다. 주고받은 문서 제목까지 적어냈다. 원본을 달라 하니 그 때부터 막혔다.”
 
-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국회의원이 됐다.
“현 정권이 위선적이고 뻔뻔한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핵심 피의자를 여당이 공천한 것은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공권력을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 순간 국기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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