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2018년 말 A노선 착공 소식과 더불어 안전 논란이 불거졌다. 지하 40m 아래 건설되는 ‘대심도(大深度) 터널’이고, 소음과 진동 등 문제가 없다지만 불안한 탓이다. 노선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제일 먼저 반대에 나섰고, 재개발을 추진 중인 용산구 후암동 일대 주민들도 반대에 나섰다. 그런데 서촌은 조용하다. 노후 주택지로 치자면 서울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동네다. 갑자기 보상 협의 관련 우편 통보를 받은 한 서촌 주민은 “도로인 자하문로를 따라 내면 될 텐데 굳이 왜 한옥 마을을 관통하는지, 주민 의견을 모을 곳도 마땅히 없다”며 불안해했다.
동네는 오래됐는데, 역설적이게도 커뮤니티가 없다. 목소리를 모을 구심점이 없다. 커뮤니티는 마을에 오래 살아 서로 잘 알거나, 공유할 이익이 있을 때 왕성해진다. 직장·학교 따라, 더 나은 동네와 새집을 따라 이사하느라 한 동네에 오래 살지 않는 요즘에는 후자가 더 세다. 동네 단위보다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가 더 활발하다.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촌 한옥지구의 모습.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2/1788204c-b6b2-4c67-884e-473f774a9b3c.jpg)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촌 한옥지구의 모습. [뉴스1]
옛 동네의 삶은 불편하다. 무엇보다 길이 엉망이다. 공공은 연말이면 보도블록을 수시로 바꾸면서도 정작 더 중요한 길 속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곳에는 화장실 오물이 흘러나가는 오수관이자, 빗물 등이 흘러가는 우수관로이기도 한 관이 하나 있다. 아파트 단지나 새로 조성되는 택지에는 관을 따로 뽑는데 옛 동네는 여전히 하나다. 티 안 나고 돈 많이 드는 사업에 누가 공을 들이랴. 폭우로 범람하면 빗물과 똥물이 온 골목길에 넘쳐나게 된다.
이런 서촌에 십수 년 만에 정비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경복궁 서측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지정되면서다. 하지만 마을을 관통하는 GTX 공사 외에 길 속 정비 소식은 여전히 없다. 결국 주민들은 잘 단장된 아파트 단지를 욕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강조하지만,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파트 단지 밖 동네는 방치되어 있다. 삶터를 외면한 공공의 직무유기가 빚은 결과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