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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필요하지만 졸속은 안 된다

중앙일보 2021.01.22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을 법제화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거듭되는 거리 두기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직면한 위기의 자영업을 정부 재정으로 구제하자는 방안이다. 최근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집합금지 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대면 업종의 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생계 절벽에 내몰린 일부 업종은 과태료를 내더라도 영업하겠다고 반발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교한 검토 없이 서두르는 것으로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4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또 하나의 포퓰리즘식 재정 살포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손실보상제 법제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획재정부의 부정적인 기류에 대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게 바로 그런 대목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손실 보상과 관련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의견을 내놓자 정 총리가 크게 질타했다는 얘기다.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는 해외 현황과 우리의 재정 형편을 고려해 신중한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 총리는 회의 후에도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이를 “기재부의 나라냐”는 질타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 총리의 ‘기재부 때리기’는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여당이 내놓은 재정 확대 카드마다 기재부가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의 표시가 아니겠나.
 
하지만 재정을 책임진 정부 부처를 몰아붙이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선거가 다가오자 이미 기업 이익공유제와 자영업자 이자감면법 추진에 이어 증시의 필수 장치인 공매도 재개까지 반대하는 반(反)시장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심을 잡아야 할 정 총리조차 “공매도 재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교한 조사와 계획도 없이 손실보상법을 만들자는 것은 표심을 노린 또 하나의 선심용 카드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실무 부처의 의견을 경청해 형평성과 효과성을 두루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실질적인 소득 감소와 임대료 부담 등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체계적인 맞춤형 설계를 해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 시비를 피하면서 피해를 많이 본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는 효과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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