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덕의 길은 하나같이 바다로 나 있거나, 바다와 나란히 누워 있다. 블루로드를 걸었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을 잇는 해파랑길의 원조와 같은 길이다. 해안 절벽을 걷다 보면 파도가 수시로 넘나든다. 사진은 영덕 축산항 블루로드 다리.
영덕 겨울 여행
770㎞ 해파랑길 원조 블루로드
이문열 소설 속 그 바다 바라보다
마무리 여정은 제철 맞은 대게로
길 위에서

해안 절벽 아래를 걷는 블루로드. 옛날 해안초소를 잇던 길이다.
블루로드는 영덕군청이 조성한 길이다. 영덕 해안을 따라 모두 4개 코스를 조성했다. 해파랑길이 이 길을 고스란히 빌려 쓴다. 블루로드 A∼D코스가 해파랑길 19∼22코스다. 하여 이름이 두 개여도 길은 하나다.

해맞이공원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영덕의 랜드마크 창포말등대를 바다에서 바라봤다.
겨울 바다
이문열이 1979년 발표한 자전소설 ‘그해 겨울’은 스물한 살 청년의 방랑기다. 이 방랑기와 다른 두 편의 단편을 묶어 이문열 초기 대표작 『젊은 날의 초상』이 완성됐다. 이문열이 국민 작가로 통하던 시절, 수많은 청춘이 ‘그해 겨울’의 청년 영훈처럼, 아니 작가 이문열처럼 혼자 길을 나섰다. 그 길고도 외로운 여정의 끝은 예의 바다였다.

해 질 무렵의 대진 해변. 바다는 언제나 청춘을 부른다.
영훈이 바다를 찾아갔던 그해 겨울처럼 올겨울도 유례없는 폭설이 쏟아졌고, 한겨울의 대진 해변은 예나 지금이나 쓸쓸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을 서성거리다, 30년 전 영훈처럼 홀로 바다를 찾아온 청년 두어 명을 목격했다. 그들은 각자 백사장에 앉아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툴툴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훈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끊으러 가는 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는 여전히 청춘을 부른다. 청춘이 아니어도 바다의 부름은 늘 돌연하고 강렬하다.
대게의 계절
영덕의 겨울은 대게의 계절이다. 영덕 사람이 대게에 갖는 자부심은 각별하다. 윗마을 울진과 이름을 놓고 시비가 붙은 적도 있고 아랫마을 포항이 지금은 출하량은 더 많지만, 영덕 사람은 “영덕 대게는 맛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영덕은 대게의 고장이다. 특히 박달대게라 불리는 큰 대게가 유명하다. 마침 제철이 시작됐다.
박달대게는 그냥 부르는 이름이 아니다. 몸통 길이가 위에서 아래로 9㎝가 넘어야 박달대게라 한다. 박달대게는 수협에서 집게다리에 하얀 딱지를 붙여 표시한다. 비싸다. 1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더 올랐다. 지난 13일까지 대게 어획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었다(강구수협 윤상필 판매과장).
대게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 6월부터 11월까지 대게 연안 조업이 금지된다. 1월 하순이니 이제 살이 차올랐을 때다. 겨울 영덕에 가면, 아무리 비싸도 대게는 먹어야 한다. 서울의 수산시장은 기대를 접는 게 현명하다. 영덕 대게는 거의 대부분 영덕에서 소비된다. 영덕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

영덕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