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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IT산업에 남긴 트럼프의 그림자

중앙일보 2021.01.22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 변호사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 변호사

임기 내내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시대가 마무리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무엇이 남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최근 발생한 미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은 정치 갈등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빅 테크기업이 합심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격했다. 트위터는 폭력 선동을 이유로 그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계정을 무기한 또는 일정 기간 중지시켰다. 애플과 구글은 그의 지지 세력이 선호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러’의 다운로드를 금지했고 아마존은 팔러의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테크 기업들로부터 외면받았을까. 그는 소셜미디어상의 영향력을 통해 진영 갈등, 가짜뉴스, 선전과 선동을 유발했다.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SNS의 역기능을 확산시킨 것이다. 의혹을 무리하게 제기하며 IT 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도 문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사용자 정보를 중국에 넘길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고 국가안보 문제로 확장했다.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틱톡이 사용자 정보를 빼돌렸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틱톡 다운로드 금지 행정명령은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에서 잠정 효력 중단 명령으로 발효되지 못했다. 법원은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틱톡을 금지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틱톡의 손을 들어줬다.
 
자유시장 경제의 정점에 있는 미국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업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줬다. 유력 매체들이 트럼프가 제기한 틱톡 논란을 팩트 체크한 결과 틱톡이 중국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이 틱톡보다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한다”며 “아직 틱톡이 수집한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증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에도 일본 아사히신문이 1면 기사에서 ”틱톡 앱을 보안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 정보에 접근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그림자는 이 시대의 특수성이 반영된 부산물이 아닐까. 구글·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테크기업들의 성장과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위기 속에서, 특이한 미국 대통령에 의한 특이한 정치와 산업정책들을 구경했던 셈이다. 그의 정권 말까지 이어진 IT 기업과의 갈등이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어떤 식으로 치유될지 주목된다.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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