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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역설'로 저성장의 늪 빠질까…"R&D·신생기업 지원 필요"

중앙일보 2021.01.21 16:11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생산성은 늘지 않을까?”

 
2000년대 이후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기업의 생산성 증가 폭이 점차 줄어들자 나온 질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일컫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다.
 
한국 경제에도 ‘생산성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IT 기술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과거와 달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1980년대 후반 7.7%에 이르던 추세성장률은 2010년대에는 2%까지 떨어졌다. 이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연구’에 실린 논문 ‘한국경제의 추세 성장률 하락과 원인(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내용이다. 
 

거듭 낮아지는 성장률에 저성장 고착화 우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논문은 1981~2019년의 생산가능인구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하 성장률)을 지표로 살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대 성장률은 연평균 2.3% 수준을 보였다. 1980년대 7.5%를 기록한 뒤 90년대(5.5%)와 2000년대(3.7%)를 거치며 성장이 계속 둔화하고 있다. 1981~2009년(5.5%)과 비교해도 최근의 수치는 매우 낮다. 저성장의 고착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성장률 하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총요소 생산성’이다. 총요소 생산성은 늘어난 생산량에서 노동과 자본 증가에 따른 증가분을 뺀 것으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 등이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나타낸다. 총요소 생산성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기술개발이 더디거나 경영 혁신이 답보상태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두 차례의 큰 성장률 하락의 주된 이유로 총요소 생산성 둔화가 꼽혔다. 1차 하락기(1980년대 후반~1998년)의 경우 '3저(저환율·저유가·저금리) 호황' 종료에 따른 총요소 생산성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2차 하락기(2001년~2010년대 초반)에는 IT 붐이 꺼지며 설비투자가 둔화하며 생산성이 떨어졌다.
 

IT 혁신에도 낮아지는 성장률...‘생산성 역설’

IT기술 발전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IT기술의 발전이 한계에 도달해 추가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거나, 산업의 역동성이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연합뉴스

IT기술 발전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IT기술의 발전이 한계에 도달해 추가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거나, 산업의 역동성이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연합뉴스

2010년대 낮은 성장률의 밑바탕에도 총요소 생산성 둔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 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생산성의 역설’이란 설명이다. 기술혁신에도 기업의 생산성 증가 속도는 더뎌진 것이다. 
 
생산성 역설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한계에 도달해 추가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거나, 산업의 역동성이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신기술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실행시차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신생기업의 감소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두드러진다. 2000년대 이후 생산성이 높은 벤처ㆍ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기존 기업의 시장 퇴출은 줄어들었다. 이른바 ‘고인물이 썩는 현상’이다.
 

“R&D 투자와 신생기업 시장 진입 활성화해야”

거듭된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R&D와 신생기업 지원에 관심을 지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이 오큘러스 리프트 VR기기를 사용하여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 연합뉴스

거듭된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R&D와 신생기업 지원에 관심을 지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이 오큘러스 리프트 VR기기를 사용하여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기술에 대한 R&D와 신생기업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ㆍ딥러닝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생산성이 높은 신생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지적이다.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R&D 투자가 가시적인 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때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AI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사회 각 부문으로 확산하도록 기술과 결합한 제품과 비즈니스 모형 등에 대한 혁신과 투자가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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