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개인의 화력이 주가 상승세를 떠받친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개인이 주식시장에 얼마나 많은 돈을 더 쏟아부을 수 있을지로 향한다. 개인의 추가 화력이 주가 상승의 강도를 가늠할 지표가 된 셈이다.

지난해부터 동학개미운동 열풍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 직장인이 주가지수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새해 14조원 순매수, 주가 상승 주도
규모가 커지고 강도도 세진 것뿐만 아니라 투자 방식도 달라졌다. 코스닥 중소형주를 주로 사고팔았던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 위주로 사담은 게 특징이다.
증시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증권가는 개인의 국내 주식 추가 매수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한 만큼 추가 매수에 속도 조절을 할 수는 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해 매수를 멈출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코스피 3000 이끈 개인 순매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실 도피성 영끌 자금, 증시로 쏟아져"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정적인 경기 상황 속에 임금 상승률 정체와 자영업 부진 등에 따른 현실 도피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재테크 자금이 증시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늘어난 광의 통화량(M2)이 증권 예탁금을 늘리고, 예금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상 '시중 통화량'으로 불리는 M2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M2는 약 3178억원으로, 한 달 새 27조9000억원 늘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35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개인이 쏟아부은 돈의 절반이 넘는 '실탄'이 장전 중이라는 얘기다. 신중호 연구원은 최근 개인 자금 유입 흐름을 과거 개인 매수세가 강했던 2007~2009년과 비교 분석했다. 당시 증시로 유입된 개인 자금은 3년간 46조3000억원으로, 이 기간 가계 통화량은 평균 767조3000억원이었다. 유동성의 6.04%가 주식 투자에 쓰였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지난해 증시로 흘러든 개인 돈은 59조3000억원으로, 가계 통화량(1554조7000억원)의 3.81%"라며 "주식 열풍이 2007~2009년 수준까지 가면 35조원가량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인 실탄, 최대 204조원 남았다"
부담스러운 점은 있다. 큰 증시 변동성이다. 최근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33~35를 오가며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 과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부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 등이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지수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증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라며 "개인의 매수 여력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