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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첫 여성 외교장관의 퇴장

중앙일보 2021.01.21 00:11 종합 29면 지면보기
유지혜 외교안보팀장

유지혜 외교안보팀장

오경화, K5, 5G.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와 5년 임기를 함께 할 것이란 취지의 말들인데, 모두 빗나간 예측이 되고 말았다.
 
그의 등장은 화려했다. 비(非)외시 출신,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과 세련된 매너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임기 내내 그는 역량을 문제삼는 비판에 시달렸다.  
 
2018년 역사적인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두고 있을 때, 강 장관이 있던 곳은 카자흐스탄이었다. 남북미 간 협상판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시점에 국내를 비운 것이다. 2019년 청와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라는 큰 결정을 할 때도 그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지난해 서해 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청와대가 소집한 관계부처 장관회의에도 강 장관은 참석 요청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청와대가 외교부에 기대한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북핵 정책은 물론, 4강 외교 등 본류에 가까운 사안들은 청와대가 주도했다. ‘지분’ 주장 같은 데는 관심 없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강 장관에겐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는 뜻이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그는 “기를 쓰고 다 하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능력을 돌아보기보다 ‘여자라서’ 카드를 꺼낸 건 비판받아 마땅했지만, 어떤 심정으로 한 말인지는 가늠이 간다.
 
북한 인권 문제 처리도 짐처럼 남지 않을까 싶다. 강 장관은 국제적 인권 전문가임을 자부해왔지만 탈북 어부 북송, 대북전단금지법 등에 대해 침묵하거나 정부의 공식 입장만 반복했다. 친정격인 유엔도 비판한 입장을 말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그는 퇴장한다. 그의 통역 경력을 꼬아서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솔직한 성품과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을 겸비한 강 장관이 바이든 팀과 좋은 ‘케미’로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적잖다는 데서 오히려 떠나며 그의 존재감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강 장관을 정치판에서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진흙탕 싸움을 버텨낼 수 있는 성품이 아니다. 
 
유지혜 외교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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