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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나선 나발니…'모나코 39배 크기' 푸틴의 뇌물 궁전 폭로

중앙일보 2021.01.20 14:38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정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나발니 측 관계자들은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호화 저택을 공개했다. 
 
러시아 당국은 17일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5개월 만에 귀국한 나발니를 이날 전격 체포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은 17일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5개월 만에 귀국한 나발니를 이날 전격 체포했다. [AP=연합뉴스]

'나발니 팀'은 이날 ‘푸틴을 위한 궁전, 거대한 뇌물의 이야기’라는 2시간 분량의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 직접 등장한 나발니는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궁전의 모습”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나라가 파산할 때까지 계속 훔치고 또 훔칠 것”이라고 크렘린 궁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를 팔고 있지만 국민의 소득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궁전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흑해 연안의 휴양지인 겔렌지크에 위치한 이 '궁전'은 7800만㎡에 달하는 부지에 거대한 저택과 응접실, 회의장을 비롯해 원형 극장과 수영장 등 호화시설을 갖췄다. 나발니는 “모나코의 39배 크기인 이곳에는 아이스링크, 포도밭, 헬기장 등의 시설도 구비돼 있다”며 “이건 단순한 별장, 오두막, 거주지라고 할 수 없다. 이건 하나의 거대한 도시, 왕국이다. 그리고 여기엔 단 한 명의 차르(황제)가 산다”고 비꼬았다. 
 
 
나발니 측 관계자들이 19일 푸틴 대통령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호화 저택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palace.navalny.com 캡처]

나발니 측 관계자들이 19일 푸틴 대통령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호화 저택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palace.navalny.com 캡처]

겔린지크 궁전과 관련된 의혹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로시야 은행 간부 출신인 세르게이 콜레스니코프는 2011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로시야 은행의 대주주인 푸틴의 친구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흑해 연안 리조트단지 건설에만 투자를 집중, 이곳을 사실상 ‘푸틴궁전’으로 조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서 “로시야 은행이 지난 10여년에 걸쳐 수십 배 규모로 급성장한 건 푸틴의 비호가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저택은 푸틴 대통령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반박했디. 그는 “나는 조사와 관련해선 정확하게 모른다”면서도 “저택과 관련한 의혹은 상당히 오래됐다. 수년 전 우리는 이미 푸틴 대통령이 저택을 소유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현재 이곳의 서류상 주인은 한 러시아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확인된다”며 “영상은 나발니가 지난 8월 독극물 노비촉을 사용한 공격을 받은 이후 독일에서 회복하던 중 제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선 오는 23일 나발니의 체포에 항의하는 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나발니 측이 공개한 영상 하단에도 “나발니는 항상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지난 17일 나발니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체포된 직후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는 국내 문제이며 간섭은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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