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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물고기 만지기? 중국 Z세대의 新 직장문화

중앙일보 2021.01.20 14:00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탁하게 한 뒤에 물고기를 잡는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 뒤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목적을 이룬다는 의미의 오래된 속담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확히는 이 속담에서 '모어'만 따온 '물고기 만지기'란 놀이로, 간단히 말해 '회사에서 딴짓하기'를 생각하면 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물고기 만지기'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직장문화가 되고 있다"며 "이들은 SNS를 통해 서로 '딴짓 노하우'를 공유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물고기 만지기'의 대표적인 행위는 '화장실에 자주 가고 최대한 오래 있기'다. 회사 비품을 많이 사용하기, 스마트폰 알람을 설정해놓고 매일 8잔의 물 챙겨마시기, 몰래 스마트폰 게임하기 등도 인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 놀이가 유행이 된 것은, 중국 특유의 장시간 근무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일주일에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한다는 뜻의 '996'으로 알려진 중국의 직장문화는 고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Z세대는 기존 세대와 달리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소극적이나마 저항하려는 성향이 높다.
  
임금도 적게 주면서 회사에 충성하길 바라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구직 사이트의 한 인사담당자는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취업에도 애를 먹지만, 취업한 이후에는 저임금과 장시간 근무로 고생한다"며 "때문에 직장에 큰 애정을 가지지 못한 20대가 많고 부업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분석했다.
 
SCMP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70~80년대생과 90년대생들의 직장에 대한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다"고 전했다. 기존 세대가 "게으른 직원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 생각하는 반면 Z세대는 "받는 만큼 일하고 평균 만큼만 한다"고 생각한단 얘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 놀이의 유행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게 SCMP의 전망이다.  
 
SNS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한 네티즌의 글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네가 너무 열심히 일하면 그건 오히려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너의 상사가 곧 네가 세 사람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월급은 오르지 않겠지만 사장은 계속 일을 시킬 걸."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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