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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나의 쇼핑 잔혹사…이효리가 입던 잠옷

중앙일보 2021.01.20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0)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주식 투자로 대박 났다는 선배가 커피값을 걱정할 때, 누가 봐도 마른 사람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때 떠오른다. 스스로가 이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얼마 전 하나 생겼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선배를 보며 잘 자는 것도 복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라는 말을 듣는데, 정말로 쉽게 잠이 들고 한번 자면 깊게 잠드는 편이다. 선천적으로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숙면을 위한 아이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더 잘 자고 싶어서다.
 
숙면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침대와 이불, 베개 등 역시 침구류다. 혼수를 고를 때 가장 심혈을 기울여 고른 것이 침대였으며, 계절별로 여름에는 냉감이불, 겨울에는 거위 털 이불을 덮는다. 나는 옆으로 누워 베개를 팔로 감싸는 자세로 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베개의 재질과 촉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편백나무 베개부터 푹신한 비즈 베개, 라텍스 베개 등을 써보았으나 결국 낮은 높이의 솜 베개로 정착했다. 낮고 적당한 탄력이 있어야 자고 나서 목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팔베개가 최고다.
 
편안한 잠옷도 중요하다. 잘 때 약간의 불편함이라도 있으면 잘 자기 어렵다. 어렸을 적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모두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래서 나도 크면 당연히 실크 잠옷을 입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내 주변에서는 실크 잠옷을 입고 자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목 늘어난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던 총각 때에는 막연하게 결혼하면 커플 잠옷을 입고 잘 거라고 상상했지만, 이것 또한 역시 상상에 불과했다. 역시 잘 때는 편한 옷이 최고다.
 
이효리가 입어 유행한 라운지웨어 ‘로브’. [사진 JTBC 효리네민박]

이효리가 입어 유행한 라운지웨어 ‘로브’. [사진 JTBC 효리네민박]

 
살면서 실패한 쇼핑을 뽑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도 잠옷이었다. 정확히는 ‘로브’라는 라운지 웨어인데,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입어서 유행했다. 심지어 나는 유행하기도 전에 떨이로 세일하는 로브를 샀는데, 당시에는 벽난로 앞에서 체크무늬 로브를 입고 잠을 청하는 스스로를 상상했다. 하지만 집에는 당연히 벽난로가 없었고, 막상 로브를 입고 누우니 등이 배기는 등 불편해 정작 몇 번 입지도 않고 장식용으로 걸어두었다. 보는 사람마다 저런 걸 왜 사냐고 물었는데, 허세 때문에 샀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뜨끈한 바닥도 숙면에 필수 요소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온수 매트를 구매했었는데,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요즘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기절 베개라는 것이 있던데, 기절이라는 말은 온수 매트에 써야 한다. 내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잘 자게 된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도 뜨끈한 온수 매트에 몸이 녹아 몇 번의 알람을 더 듣고서야 간신히 일어나게 된다. 온수 매트만 있다면 인간도 곰처럼 겨울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수면 안대와 수면 양말은 추천하지 않는다. 수면 안대의 경우 반듯한 자세로 자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겠으나, 나처럼 잠버릇이 고약한 사람은 일어났을 때 안대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가끔은 안대가 꼬여 목을 조르기도 한다. 수면 양말은 도톰한 재질 때문에 땀이 차는 게 문제였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은 ‘필로우 미스트’. [사진 월간 호텔앤레스토랑]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은 ‘필로우 미스트’. [사진 월간 호텔앤레스토랑]

 
후각도 잘 자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선물 받은 것 중에 자기 전 베개에 뿌리는 ‘필로우 미스트’가 있었는데,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뿌리면서 베개 커버가 오염될까 걱정이긴 했는데, 무색에 향이 강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뭔가 신선한 아이템을 찾는다면 ‘필로우 미스트’도 좋을 것 같다.
 
잠을 잘 자는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고민이 있는 날에는 가끔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럴 때 쓰는 나만의 필살 수면 공식이 있다. 우선은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다. 은은한 향의 오일을 아로마 디퓨저에 넣거나, 목 뒤에 살짝 바른다.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낭독 팟캐스트를 틀어 놓는다. 보통 30분 취침 예약으로 해두는데 단 한 번도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운동선수가 경기 전에 하는 루틴 같은 것이겠지만, 이제는 몸이 익숙해져 자연스레 잠이 든다.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한 번쯤 본인만의 잠드는 루틴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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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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