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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으로 유명한 中 과자, 이 회사가 싹 다 만들었다

중앙일보 2021.01.20 10:10

‘모방은 성공의 어머니’

 
중국에는 이 말을 현실화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비슷한 외관에 높은 가성비를 내세워 시선을 사로잡고, 이후 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해 장기간 시장에서 군림하는 방식이다. 중국 식품계에도 ‘짝퉁계 끝판왕’이라 불리는 기업이 있다. '짝퉁 커스터드' '짝퉁 초코파이'로 이름난 다리그룹(达利集团)이다. 

모방으로 성공한 중국 대표 스낵기업 다리식품
비슷한 외관에 높은 가성비, 유명 모델로 승부

 
다리그룹 창립자 쉬스후이(许世辉)는 지난 1989년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에 메이리 식품(美利食品, 다리그룹의 전신)을 설립한다. 이때만 해도 메이리 식품은 푸젠성에서도 인지도 낮은 조그마한 브랜드에 불과했다. 
오리온 초코파이(좌), 오리온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모방한 다리의 제품 (우) [사진 1688.com/ www.xici.net]

오리온 초코파이(좌), 오리온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모방한 다리의 제품 (우) [사진 1688.com/ www.xici.net]

 
지금의 ‘다리’라는 이름은 1992년, 메이리(美利) 식품과 자다(加达) 유한공사가 합병을 하면서 탄생했다. 스낵류를 취급하던 ‘다리’가 전국적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한국 오리온의 제품을 모방하면서부터였다.
 
90년 대 중반,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에 상륙한 오리온은 특유의 부드럽고 고급진 식감의 파이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를 본 쉬스후이는 오리온의 커스터드를 본 따 신제품 ‘단황 파이(蛋黄派)’를 출시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3분의 1로 가격을 설정하고, 당시 드라마와 인기 절정을 누리던 쉬칭(许晴)을 모델로 택했다. 결국 ‘다리’의 ‘단황 파이’는 친서민 가격에 톱스타 모델, 절반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원조 오리온을 제치고 디저트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한다.

[사진 왕이]

[사진 왕이]

 

‘다리’의 모방은 계속된다.

 
푸젠의 지역 명물이었던 다리는 점차 전국구로 발을 넓혀 중국 80-90년대생 어린시절의 추억 과자로 자리매김했다. 
레이스 포테토칩을 모방해서 만든 커비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레이스 포테토칩을 모방해서 만든 커비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2003년, 레이스(Lay’s) 포테토칩이 인기를 끌자 더 저렴한 가격의 감자칩 커비커(可比克)를 출시하며 중화권 가왕 저우제룬(周杰伦)을 모델로 기용했다. 2004년에는 오레오 시리즈로 유명한 크래프트푸드의 비스켓 타이핑(太平)을 타깃으로 하오츠뎬(好吃点)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때는 황제의 딸로 유명한 자오웨이(赵薇 조미)를 모델로 기용해 연이어 히트를 쳤다.  
 
이후 모방의 범위는 음료까지 확장된다.

타이핑과 하오츠뎬 [사진 즈후, 바이두바이커]

타이핑과 하오츠뎬 [사진 즈후, 바이두바이커]

 
2007년, 왕라오지(王老吉)와 자둬바오(加多宝)가 량차 브랜드왕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마찬가지 방식으로 가성비와 스타 모델을 내세워 3강 구도로 시장을 재편했다. 2013년에는 레드불을 저격해 기능성 음료 러후(乐虎)를 선보인다. 중국 프로농구(CBA) 선수들을 내세워 수많은 농구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모방 제품으로 잇따라 히트 상품을 만든 다리 식품. 2020년 기준, 다리 식품은 비스켓, 기능성 음료, 단백질 음료, 디저트 등 6가지 상품군 800여 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네슬레’라 불릴 정도로 커다란 식품 제국을 이룬 셈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레드불, 왕라오지, 러후 [사진 바이두바이커]

왼쪽부터 순서대로 레드불, 왕라오지, 러후 [사진 바이두바이커]

 
중저가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주 소비층은 3-4선 소도시 및 농촌 지역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인의 소비 수준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다리의 매출과 이익은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5년 홍콩 증시 상장 후 한 때 최고 900억 위안대를 찍었던 시가총액도 640억 위안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리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 두유 제품을 출시했다. 2017년 선보인 더우번더우(豆本豆) 두유가 바로 그것이다. 무첨가 두유로 웰빙을 내세웠고, 드라마 후궁견환전(甄嬛传 옹정황제의 여인) 주인공 쑨리(孙俪)를 모델로 썼다.
[사진 detail.youzan.com]

[사진 detail.youzan.com]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개월 판매량 1억 개의 신화를 달성했다. 1-2선 대도시 소비자의 입맛을 저격함과 동시에 두유 업계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2019년 다리 식품 가정용 제품(더우번더우 포함) 매출은 26억 5700만 위안(약 4482억 89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동기 대비 약 42% 증가한 것으로 다른 제품군에서 줄어든 매출을 메꾸는 역할을 했다.
 
'모방'과 '스타 마케팅', '가성비'로 약 30년 간 중국 시장을 지배해 온 다리 그룹.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제 웰빙과 고급화 전략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식품업계 짝퉁 끝팡왕의 미래는 여전히 녹색불일 수 있을까.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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