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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중 사이 모호한 한국 존중” 전문가 34명 중 0명

중앙일보 2021.01.20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1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차에 새로운 동맹 카운터파트를 맞게 됐다. 정부가 연속성을 갖고 추진해온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케미’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에 중앙일보는 한ㆍ미ㆍ중ㆍ일 외교안보 전문가 34명이 참여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현안별 입장을 전망했다. 정통 외교로의 복귀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을 고려할 때 식견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은 상당한 함의를 지닐 수 있다. 설문은 객관식 문항 18개 및 주관식 문항 20개로 구성됐으며, 조사는 11~18일 진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몰을 가득 채운 성조기.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몰을 가득 채운 성조기.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로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지우기’를 통한 정상화를 꾀해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중 정책에선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리 보는 '문ㆍ바이든 정책 케미'

전문가 34명에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할지 사안별로 물었다. 10점 척도(0점은 ‘완전히 배척할 것’, 10점은 ‘완전히 계승할 것’)로 질문했는데, 대중 견제용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참여) 안보 협의체 구상’에 대한 계승 점수가 8.1점으로 매우 높았다.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를 5G 통신망에서 퇴출하는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 대한 계승 점수도 7.7점이나 됐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한 정책들의 큰 골격은 비슷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정책’ 얼마나 계승할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정책’ 얼마나 계승할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처럼 ‘미국 대 중국’이라는 일대일 구도가 아니라 미국 주도로 규범을 새로 만들고 ‘(미국 중심의)국제사회 대 중국’ 구도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을 곤란하게 할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은 쿼드와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은 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실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어떨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는데 “한국의 결정을 그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0명이었다.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역할 기여를 요구할 것이라는 데는 전원의 의견이 일치한 가운데 다만 “한국이 충분히 응하지 않아도 강한 압박은 하지 않을 것”(13명, 40.6%)이란 쪽과 “한국의 기여가 충분치 않으면 강한 압박도 가할 수 있을 것”(16명, 50.0%)이라는 쪽의 의견이 비슷하게 갈렸다. ‘바이든식 동참 요구’가 어떤 식일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ㆍ중 갈등은 이미 패권 경쟁의 단계로 접어들었고, 여기서 한국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정부는 쿼드나 클린 네트워크 가입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는데, 다만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는 “국제관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세련된 외교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압박도 보다 유연하게, 제한된 분야에 한해 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견국인 한국으로선 가급적 다수의 국제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국익을 증진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인한 한ㆍ중 간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이른바 ‘3불 입장’(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망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을 표명한 것도 잠재적 불씨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3불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1명이었다. “입장은 존중하지만, 한국이 중국에 경사된 것으로 볼 것”이라는 응답이 15명(45.5%)이었고, “반대하거나 철회를 요구할 것”이란 답은 4명(12.1%)이었다.  
기타를 택한 응답자도 13명(39.4%)이나 됐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진 않을 것(3명), 한ㆍ미관계를 고려해 압박하진 않을 것(3명), 사실상 3불 입장 변경이나 철회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할 것(4명) 등의 의견이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와 관련,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애초에 사드는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해 배치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무기 체계 고도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드 업그레이드 문제 등을 논의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미 설치된 사드 시스템은 미국이 중국과 맞붙은 바둑판에서 유리한 한 점”이라며 “의미 있는 상황 변화 없이 철수나 추가 배치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 정부와 중국 관련 의제를 협의할 때 적절한 압박 수단으로 3불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3불 입장은 미ㆍ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대중 압박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요인을 포함하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이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ㆍ중 간 모호성은 또다른 동맹 현안인 방위비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ㆍ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공백 상태가 1년을 넘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마지막 제안이었던 ‘첫해 13% 인상’안을 받아들이고 협상을 타결할 것이란 응답이 34명 중 2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인한 갈등은 사라지겠지만, 미국이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에 동맹으로서 더 큰 역할을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데, 이를 잘 읽고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과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공약했지만,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0명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처럼 시기가 아닌 조건 충족이 우선이라는 입장일 것이란 응답이 26명(76.5%)으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의 상황을 우려한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등 우려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이 주도하는 한ㆍ미연합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너무 큰 미지의 영역으로 돌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환은 잊어버리고, 오히려 남북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관여책을 주도하도록 확신을 줄 수 있다면 이게 다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부담을 줄여주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별취재팀 이철재ㆍ유지혜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베이징ㆍ워싱턴ㆍ도쿄=신경진ㆍ박현영ㆍ이영희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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