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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거절하자 더 떴다…판잣집 소년 ‘흙수저’ 김동연의 꿈

중앙일보 2021.01.19 15:33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두 힘의 크기가 서로 같으면 물체는 꿈적도 안 한다. 힘의 균형이 이뤄진 상태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 물체는 그저 정지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정치권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런 상태로 비유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가 그를 잡아당기고 있지만 정작 그는 꿈쩍도 안 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그가 그저 정지해 있는 걸까. 그의 주변을 통해 최근 그의 행보를 반추해 보면 그는 끊임없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다만 그의 발길이 여야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그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그를 향한 관심이 더 커졌는데, 자신이 직접 이를 진화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번은 아니지만 더 큰 과업이 자신 앞에 놓였다는 듯한 글이었다.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듯 그를 향한 구애는 실제 컸다고 한다. 김 전 부총리 측 인사는 “출마설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쯤 전에 이미 민주당 후보가 돼달라는 인사들의 요청을 분명히 거절했었다”며 “언론 보도 뒤에도 ‘다시 재고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 등 본인이 마냥 입을 다물기 어려워 공개적으로 출마 거부 의사를 페이스북에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접촉 과정에서 민주당 인사들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어 본선 경쟁력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내년 대선도 위험하다”며 그를 설득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에선 “결국 영입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김 전 부총리=민주당 쪽 사람’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소득”이란 말도 나온다.  
 

“언론 보도 이후에도 출마 요청왔지만 거절”

 
서울시장 후보직은 아니었지만 국민의힘에서도 그에게 입당 권유를 했다고 한다. 김 전 부총리와 가까운 다른 인사는 “김 전 부총리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면서도 “간접적으로 국민의힘에 들어와달라는 제안은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성일종 의원도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는 신선하고 경제 전문가이고 개인적으로도 스토리가 있는 상당히 좋은 자원이기 때문에 우리 당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영입) 이야기가 오고갔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도 당분간 그가 특정 정당에 들어가지는 않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인사는 “김 전 부총리는 어느 당에 입당할 사람 아니다”라며 “중도·개혁·혁신 성향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고, 박근혜 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현존하는 여야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당 입당할 사람 아냐…중도·개혁·혁신 성향”

 
그렇다면 ‘세력 교체’와 ‘경장의 필요’는 왜 거론했을까. 부친 작고 이후 청계천 판잣집에서 소년 가장 노릇을 하며 주경야독을 통해 입신양명한 그는 ‘흙수저’ 출신인 자신과 기존의 '정치 특권층'을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에서 경제사령탑을 맡았으면서도 이른바 586세대 여권 정치인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으로 속앓이를 했던 경험도 그런 생각을 강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초반 경제정책을 두고 충돌하곤 했다. [중앙포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초반 경제정책을 두고 충돌하곤 했다. [중앙포토]

 
그럼 과연 그는 더 큰 꿈, 용꿈을 꾸고 있을까.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때 그가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에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반면 "그럴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서울시장 출마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부총리와 최근에도 통화했다는 정치권 인사는 “본인이 ‘대선에 출마하겠다, 대권에 가겠다’고 생각한다기 보다 기회가 되고 여건이 형성되면 그때 마음을 먹을 걸로 본다”고 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그를 젊은 시절부터 알고 있던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덕수상고(현 덕수고) 동창은 그를 “너무 까칠하고 깔끔해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는 싹싹했는데 공직에 있으면서 다듬어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직에 있을 때는 동기 모임에 그야말로 잠깐이라도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고 갔는데 요즘은 오히려 안 나온다”고 했다.
 

“까칠·깔끔해서 바늘로 찔러도 피 안 나올 사람”

 
김 전 부총리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활동이다. 이 단체의 설립 목적에 대해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 놓기를 통해서 사회적 이동성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 단체의 비전은 “자기 찬스’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였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논란과는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는 젊은이들을 응원한다는 콘셉트다.
 
덕수고 동문회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로 통한다. 상대적으로 가정 형편은 어려웠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했던 덕수상고는 전통의 명문고였다. 그래서 ‘덕출이(덕수상고 출신이 스스로 부르는 별명)’는 금융계에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동연(63회) 전 부총리와 반장식(61회)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관계에서, 조재연(62회) 대법관이 법조계에서 주목을 받자 “덕수상고 시대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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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동창회보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동문 릴레이 인터뷰’ 코너를 신설했다. 첫 주자가 김 전 부총리였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서라도 더 큰 일을 할 것으로 다들 기대하는데 모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적극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평생을 공직에서 일했다. 국가를 위한 일에 어떤 주저가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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