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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위 왜 만들라 했나” “법적 근거 없다” 엇갈린 평가

중앙일보 2021.01.19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고 해놓고 결국 여론을 의식한 판결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사회와 무관하게 법적 근거 없는 준법감시위를 만든 삼성의 패착”이란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준법감시제도 만들라 해놓고 결국 여론 의식해 판결”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징역 2년 6월이면 3년 이하라 집행유예가 가능했는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돈을 준 성격이 짙고 이 과정에서 보인 대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이 부회장은 피해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만들도록 한 내부 준법감시제도 등을 이 부회장이 마련했던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실형은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재판부 주문에 따라 마련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했다면 피고인들과 박 전 대통령,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혁신기업으로의 변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왜 이제 와서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난 뒤 특검 등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니 입장을 바꾼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원이 여론을 두루 의식해 타협적인 판결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라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봐주라는 반대쪽 여론까지 의식해 형량을 조금 낮추고 생색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정말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징역 2년 6월이 아니라 징역 5~6년을 선고했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2017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2017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삼성, 이사회 차원에서 준법감시위원회 설립했어야”

반면 삼성 준법감시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공감하는 평가도 나왔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는 재판부 주문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창의적인 조직을 설치했지만 오히려 패착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업은 상법상 이사회가 경영하므로 이사회 차원에서 구속력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사회와 무관하게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을 만들다 보니 형식적으로 보일 여지가 컸다”며 “다른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 관계자는 “오늘 이 부회장 등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고려한 선고라고 판단된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유죄 확정에 이어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에 실형이 선고됨으로써 관련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1078일 만에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앞서 수감된 1년을 제외하더라도 구치소에서 1년 6개월가량을 더 복역해야 한다.
 
김민중·정유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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