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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기준, 파우치 90% 올렸는데…정은경은 그대로 왜

중앙일보 2021.01.19 05:00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체 인구의 어느 정도가 면역력을 확보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길 수 있을까.
국내외 전문가는 코로나19 초기 유행 때부터 인구의 60~70%를 기준선으로 제시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선을 제시한다. 코로나19의 대처 방안을 논의할 때도 이걸 기준으로 삼는다.

변이 바이러스 잇따르자 60~70%→70~90%
"한국도 올려야" vs "감염양상 달라 문제없어"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달 8일 국회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전인 11월 정도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4주에 두 번 접종해야 하는데 모두 접종받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집단면역은 국민의 60~70% 접종으로 본다"며 "다른 전문가들은 그것보다 높은 수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이 말한 다른 전문가 그룹의 대표 주자가 앤소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점점 희미해지는 집단면역'이라는 기사에서 파우치 소장의 집단면역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초기에는 파우치 소장이 다른 전문가와 다르지 않았으나 점점 추정치를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약 한 달 전 몇몇 TV 인터뷰에서 집단면역 추정치를 70,75%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75, 80, 85%" "75~80% 이상"이라고 올렸다. 그는 나중에는 "70%에서 90%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전파력이 센 홍역의 집단면역에 근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홍역은 인구집단의 90% 집단면역을 목표로 예방접종을 한다. 코로나19보다 훨씬 전염력이 강하다. 공기 중에서 전파하고 환기구를 통해 옆방으로도 옮긴다. 한국은 2000∼2001년 홍역이 재유행하면서 5만5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7명이 숨졌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지금의 질병청)는 생후 12∼15개월, 4∼6세의 접종률을 95%로 잡고 예방 접종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이 추정치를 이렇게 올리는 이유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의견을 빌러 "바이러스가 점점 감염력이 세지고 있어 코로나19를 종식하는 데 필요한 집단면역 추정치도 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 초기의 집단면역 추정치 60~70%는 중국과 이탈리아의 초기 데이터에 근거를 둔 것"이라며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보다 이탈리아 것(D614G)이 훨씬 빠르게 번졌고 그 이후 여러 개 변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간 세계에 나타난 대표적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N501Y)·남아공(E484K) 돌연변이와 일본이 발견한 브라질 돌연변이가 있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발견된 콜럼버스 변이도 있다.
 
한국이 미국과 달리 집단면역 추정치를 60~70%로 유지하는 게 타당할까. 집단면역 목표에 따라 백신접종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남아공 변이바이러스의 감염력이 70% 더 높다. 앞으로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지 모른다. 예방 접종 대상 인구를 더 늘리고 집단면역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하지만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하려면 하루 40만명 맞혀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집단면역 70%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백신의 항체가 어느 정도 유지될지도 집단면역 목표치에 영향을 미친다. 전 교수는 "주사를 맞은 후 항체가 형성되면 꺾일 테고, 다시 올라가면 항체 유지가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을 장기 추적하지 않아 항체 유지 기간을 모른다. 가을에 재접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감염 양상이 달라 질병청의 60~70% 집단면역 목표로도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전파 양상이 매우 다르다. 한국의 전파 수준이 낮아서 60~70% 집단면역 목표로 잡은 게 무리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염자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재생산지수인데, 1이 넘으면 확산이 시작되고, 그 밑으로 떨어지면 감소세로 돌아선다. 한국은 2를 넘은 적이 거의 없다. 집단면역 추정 목표가 80%가 되려면 이 지수가 5가 돼야 하는데, 한국은 그리 높게 올라간 적이 없어 집단면역 목표를 60~70%로 잡아도 무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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