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 딸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머니 백모(44)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또 발생한 미등록 아동 사망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확인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한 가정집 내부. 사진 여수시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의 남자 아기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 친모를 수사하던 중 큰아들(8)과 둘째 딸(3)로부터 쌍둥이 남자아이가 한 명 더 있다는 진술을 받았다. 주거지를 긴급수색하던 중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는 2년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모는 아기가 숨지자 냉장고에 2년 넘게 시신을 보관했다.
부모 손에 ‘존재’가 맡겨진 아이들

지난해 1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유엔난민기구 등이 참여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한부모 단체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영·유아 유기나 학대를 막으려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아기가 태어나는 즉시 국가기관에 등록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의 신수경 변호사는 “자녀를 낳으면 당연히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이번 인천 미추홀구 사건처럼 혼외자의 경우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며 “다른 제약조건을 고려하기보다 우선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즉시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보편적 출생신고제’다. 이는 출산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공공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제도로, ‘출생통보제’라고도 불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에 ‘포용 국가 아동정책’, 2020년에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 제도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적은 없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이제호 변호사는 “아동의 출생신고는 아동을 공적으로 등록하는 절차로서 아동의 모든 권리의 출발점이 된다”며 “만일 보편적 출생신고제도가 있었으면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아동의 존재를 사회에서 미리 파악했을 테고 비극적인 결과 또한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생신고는 아동 인권의 출발점”
그러나, 출생 미등록 아동은 현황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출생 미등록 아동처럼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 적게는 8000여 명, 많게는 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이는 미등록 외국인의 수와 혼인 여부, 평균 출산율 등을 기초로 추산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한국 국적의 출생 미등록 아동의 경우는 정확한 수를 추산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적의 출생 미등록 아동은 전남 여수나 인천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비극적인 결말이 드러나야 발견될 뿐”이라고 했다.
이가람·심석용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